- 11번 검사하고도 횡령 눈치 못 챈 금감원
- 횡령 직원에 표창장 준 금융위...부실감독 도마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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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 원 횡령 사건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1번 검사하고도 횡령 사실을 눈치 못한 금감원 무용론부터 횡령 직원에게 표창장을 준 금융위원회까지 이번 사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4년째 유용 사고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던터라 이번 사건 책임론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 얼빠진 금융당국…부실감독 도마

"은행의 본연은 '신뢰'다. 믿음이 없어지면 그 은행은 문을 닫게 된다" - 은행 이용자 A씨.

"횡령 사고 발생 후 은행 대처에 놀랐다. 재발방지는 물론 관련자 문책도 이루어질텐데 우리은행에서는 아직 조용하다" - 동종업계 관계자 B씨

우리은행 내부가 흉흉하다. 지난달 27일 우리은행은 소속 직원의 거액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기업개선부에서 일한 전 모 차장이다. 그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615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 모 차장이 빼돌린 자금은 이란 기업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하려고 냈던 계약금의 일부다. 우리은행은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하며 매수자인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계약금 578억원을 받았다. 계약이 틀어지면서 우리은행은 계약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했다.

그런데 전 모 차장은 금융위와 채권단의 결정이라며 서류를 조작하고 우리은행에 보관된 자금을 빼냈다. 2012년 10월에는 소송에 공탁금으로 써야 한다며 173억 원을 수표로 인출했다. 2015년 9월에도 신탁 예치금으로 써야한다고 서류를 꾸며 148억 원을 수표로 가져 갔다.

3년 뒤에는 더 과감하게 행동했다. 전 모 차장은 본사에서 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때 마지막 남은 293억 원까지 모두 인출하고 계좌를 아예 해지했다.

이란 기업은 계약 성사 불성립 이후 이 자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자금이 묶였다. 이후 이란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우리 정부는 미국에 양해를 얻어 이 자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었다. 

소송 당사자는 금융위원회였다. 그런데 금융위는 2015년12월 이미 수백억 원을 빼돌린 전 씨에게 '해당 업무를 잘 처리해왔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한 지난 6년간 27억 원이 넘는 횡령 유용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4억원 규모의 횡령 유용 사고 2건이 발생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은행의 횡령 유용 사고액은 27억 3000억원이다. 연도별로 2016년 13억 1000만원(6건), 2017년 2000만원(2건), 2019년 5억 8000만원(2건), 2020년 4억 2000만원(3건)이다.

금감원은 매년 반복되는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금감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보고 전까지 횡령 발생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면서도 해당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금감원 책임론에 대해) 금감원이 왜 횡령을 밝혀내지 못했는지도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불똥은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으로도 튀었다.  안진회계법인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은행 외부 회계감사를 맡아 이 기간 우리은행에 ‘적정’ 감사 의견을 내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는 ‘합격점’을 줬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와 안진회계법 감리 착수를 위한 작업에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식을 접한 은행 이용자는 일요서울에 "우리은행을 믿고 거래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액인 내 자금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우려했다.

경찰은 전 차장의 동생 A씨를 지난 1일 구속했다. A씨는 횡령금 100억 원을 받아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다 80억여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SG경영 차질 불가피

한편 지난해 완전 민영화로 체질 개선 후 공격적인 성장 계획을 꿈꾸던 우리은행 청사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앞서 지주사 우리금융은 우리나라 대표 금융그룹으로서 금융을 통한 환경·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ESG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ESG금융 원칙을 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부통제 강화를 이유로 사외이사 등을 영입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 횡령 사건으로 우려와 악재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우리은행이 사회적 책임이나 내부 통제 등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 사회 이사로 ESG 전문가를 영입을 했다. (그런데) 이번 횡령 사고 발생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노출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내부 통제 시스템에 들여다봐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또 경영진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ESG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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