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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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임식 일정까지 잡았던 기업은행은 행사를 취소했고 일부 직원은 윤 행장이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혼탁하다는 반응이다. 윤 행장은 취임 당시에도 노조의 취임 저지로 한 달 간 본사에 출근하지 못했다. 아울러 IBK기업은행이 외풍에 흔들리는 기업인만큼 이번 윤 행장의 거취 행보가 향후 은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다.  

- “국조실장 고사”

새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유력 검토되던 윤 은행장이 지난 28일 자진 사의를 밝혔다. 윤 행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밤새 고민했는데 여기서 물러나는 게 순리인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 초창기인데 부담을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직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물러나는 사람이 이것저것 얘기하는 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고 한다.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기용하려던 한덕수 국무총리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이 부담을 느껴서 한 결정이니 존중한다”며 “새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종원 불가(不可)’ 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정책 등을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26일 인천 현장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과 함께 일한 경제관료 대부분이 (인선을) 반대하고 있다”며 “너무 독선적이고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각 부처 현안을 통합하는 국무조정실장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제가 여쭤본 당 의원들 100%가 반대했다. 당이 반대하는 인사를 왜 기용하려 하는지 왜 고집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 출범 초기 더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인사로 국무조정실장을 기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대체할 인물을 찾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행장을 두둔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총리가 임명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거로 보인다”면서 “훌륭한 분이라는 총리의 주관적 평가에 대해 말하지는 않겠지만 (윤 행장은) 고위공직자로서 자세에 흠결이 많고 태도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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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고사로 새 정부 출범 초부터 당정 충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단 피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가 연일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 주도로 당정간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혼선빚는 IBK

한편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행(行)이 무산되면서 IBK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IBK는 대통령실의 임명 발표를 예상하고 윤 행장 이임식 일정까지 잡았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는 지난 24일 오후 4시로 윤 행장 이임식 일정을 잡고 리허설까지 마쳤다가 당일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급하게 취소했다. 

이에 윤 행장의 이번 행보가 향후 IBK기업은행과 본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를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국조실장 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고 이임식 일정까지 정했던 만큼 윤 행장이 직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취임 때도 노조와의 마찰을 빚었고 재임 기간에는 IBK배구단 운영에서 불혐화음을 내더니 결국 이임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며 "윤 행장 스스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윤 행장과 IBK기업은행의 돌파구 마련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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