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공석이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박순애 서울대 교수가 지명됐다. 인선에 난항을 겪었던 터라 국가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부 장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금·노동·교육 ‘3대개혁’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5년을 허송세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연설에서 ‘3대개혁’을 새 정부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가난한 나라 조선의 역사를 정의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명현(明賢)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조선왕조 5백년>의 저자 신봉승 선생은 조선의 명현들을 골라내어 대한민국의 총리·장관으로 임명한다면, 그 결과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모범국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봉승 선생은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년)을 대한민국 정부 조직의 첫 자리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추천했지만, 육당 최남선 선생은 퇴계를 서울대 총장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죽어서 영의정으로 추숭되었던 퇴계를 교육부 장관으로 추천하고 싶다.

퇴계는 예안현 온계리에서 찬성공 이식(李植)의 7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출생한 지 일곱 달 만에 아버지가 별세하여 32세의 어머니 박씨는 자식들을 엄하게 훈육하였다.

퇴계는 평소에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음), ‘무자기’(毋自欺,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아니함), ‘신기독’(愼其獨, 홀로 있을 때도 삼가함), ‘무불경’(毋不敬, 공경하지 않음이 없음) 네 가지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출사한 퇴계는 평생 사임(辭任)과 재서용(再敍用)을 되풀이 했으며, “무르익지 않은 공부로 관직을 바라지 말라”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은 도연명(陶淵明)의 시와 삶을 좋아했으며, 정갈한 삶과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23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또한 61세에 도산서당(안동)을 세워 자신의 학문을 완성하고 인재를 길러 조선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무진년(1568년) 선조가 17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68세의 퇴계는 대제학을 맡아 군왕이 갖춰야 할 덕목과 몸가짐을 정리한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를 올렸다. ‘무진육조소’는 통치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담아 성군의 길을 제시한 ‘동양판 군주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퇴계는 같은 해 ‘국왕이 힘써야 할 학문(유교 철학)의 길’을 밝힌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지어 올렸다. 서문의 ‘사지습지 진천리지 반복종시(思之習之 眞踐履之 反復終始)’는 ‘생각하고 익히고, 참되게 실천하며, 반복하여 시종일관하라’는 가르침으로, ‘경(敬)이 그 마음을 주재’하는 자기혁신의 실천적 방법론이다.

퇴계는 율곡 이이와 더불어 조선 성리학의 양대 거봉이자, 동양 3국의 도의철학(道義哲學)의 건설자이며 실천자이다. ‘동방의 주자(朱子)’라고 불린 퇴계의 사상은 일본 성리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 교육은 6·3·3학제, 이·문과 분리제 등 70년 된 낡은 시스템의 획일적 교육에 갇혀 있다. 지방소멸에 따른 대학소멸, ‘불평등 세습’ 교육, 전교조의 좌편향 교육 등 산적한 과제가 새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어려운 개혁일수록 정권 초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 수준에 걸맞은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퇴계 같은 성공한 교육부 장관이 나오길 바라는 뜻에서 이퇴계 선생을 추모하는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暗香慈訓始終持(암향자훈시종지) 매화 향기 같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시종일관 따랐고

行道安人出處基(행도안인출처기) 도를 행해 남을 편안히 하는 게 벼슬살이 기초였네

四勿無違吾自踐(사물무위오자천) 네가지 좌우명을 어기지 않은 것을 자신이 실천했고

六條聖學帝王隨(육조성학제왕수) <무진소육조><성학십도>는 왕이 따라야 하는 법이네

有山有水天長久(유산유수천장구) (도산은) 산과 물이 있는 영구히 변함없는 곳이고

爲知爲仁地負施(위지위인지부시) 지혜와 인을 펴기 위해 넓고 깊은 지식을 베풀었네

九曲東流非浪說(구곡동류비낭설) 구곡(주자)이 동쪽으로 왔다는 말이 낭설이 아니었고

三韓忽出萬邦師(삼한홀출만방사) (퇴계가) 조선에 갑자기 나타나 만국의 스승 되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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