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만하는 한전의 적자, 결국 국민만 '휘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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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적자 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 해 1분기에만 7조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적자보다 2조 원 가량 많다. 문제는 앞으로도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정승일 한전 사장을 비롯해 발전사 사장들이 모여 자구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혈세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한전의 눈덩이 적자 원인 알면서도 '쉬쉬'...결국 혈세도 메우나
- 발전사 사장단 모여 긴급대책회의 진행...자구안 발표에도 실효성 의문


한전은 2008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부로부터 6680억 원을 지원 받은 바 있다. 당시 한전은 2조 79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업계는 정부가 전기료 인상 또는 혈세 투입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는데 정부는 혈세를 투입했다. 전기료 인상을 할 경우 가뜩이나 물가상승 우려가 키진 상황에서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떠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후 부터 한전의 적자폭은 더 커졌다는 게 문제다. 한전은 국제유가가 하락한 2020년을 빼고 2018년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선 한전 부채비율이 올해 말 300%대로 치솟고 4년 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그동안 정부가 오른 연료비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2008년 사례처럼 한전 경영정상화에 정부 예산, 즉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한전의 이같은 손실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 한전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 등 정부이기 떄문이다. 한전은 자구책을 통해 이 같은 손실을 메우려 애쓰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전과 발전사회사(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등) 전력그룹사 사장단이 모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고강도 자구책을 단행하기로 했다.  

- 출자회사 지분 등 매각 대상 구체화

이들은 회의를 통해 긴축경영 2조6000억 원, 해외사업구조조정 1조9000억 원, 부동산 매각 7000억 원, 출자지분 매각 8000억 원 등 약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보유 중인 출자 지분 가운데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 외에 모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전은 현재 연구소기업을 빼면 총 27개 회사에 3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지분율 100%의 6개 발전 자회사 외에 한전기술, 한전산업개발, 한전KPS, 한전KDN 등 자회사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019년에도 한전기술(지분율 65.77%)과 한전산업개발(29%) 잔여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한전은 2013~2016년 세 차례에 걸쳐 출자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약 9%를 매각했으며, 한전산업개발 역시 2003년 이후 71% 지분을 팔았다.

정승일 한전 사장과 전력그룹사 사장단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이날 논의·확정한 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공공기관인만큼 재무구조 개선 역시 주무부처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

- 자구안만으로 실질적 위기 극복 어려워

문제는 긴축 경영으로 절감하는 2조 6000억 원 외에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료비 연동제 정상화 등 전력시장 개편 없이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한전을 경영위기에서 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한전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7조7869억 원(잠정치)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5656억 원)에 비해 적자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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