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념] 저자 피트 데이비드 / 역자 신유희 / 출판사 상상스퀘어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습관적으로 선택지를 열어두며 무한 탐색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전념’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표출과 집착의 결정체로 치부될 수 있다. 집중보다는 수시로 달라질 수 있는 선택은 일관적인 집중으로 전념하는 무리를 뒤흔든다. 

선택장애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민하는 이들을 향해 진지하게 전념의 놀라운 힘에 대해 반문하는 신간이 출간됐다. 저자 피트 데이비드의 ‘전념’은 무한 탐색의 시대에 자기자리에서 꾸준히 전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특정 다수에게 인정을 받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잠재적인 인연을 물색하다 보면 한 사람과의 진지한 만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전념을 구속이나 속박쯤으로 치부하는 이들은 진득하게 일을 배우는 과정보다 감각적으로 일을 택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건성핥기’에 집중한다.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정성을 들이는 과정을 배제하고 경험 추가되는 아이템 정도로 여길뿐이다.

이렇듯 얽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려 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전념은 어쩌면 속박이나 구속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깊이를 더하고, 조직의 목적을 수행하며, 국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념이라는 과정은 필수다. 저자는 구속에서 벗어나 결정 마비에 걸린 아노미상태의 세대를 위해 충직한 조언을 남긴다.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뉘어 무한 탐색과 전념 반문화를 소개하는 저자는 결국 목적의식이 주는 자유와 오랜 관계가 주는 편안함과 희열에 대해 논한다. 

가장 먼저 첫장에서는 문화의 두 가지 유형을 살피면서 무한 탐색모드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여행에서 필요한 워밍업을 통해 융통성을 배워야 하는 원인을 짚어준다. 

두번 째 장에서는 전념하기라는 반문화를 통한 실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반문화를 실천하는 무리를 시민과 애국자, 건축가, 관리인, 장인, 동료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우리는 세상을 바꾼 수많은 영웅들을 알고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세상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영웅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전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고 알린다.

결국 저자는 무한 탐색 모드를 권장하는 시대에서도 혹시나 놓칠지 모르는 기회와 가능성을 위해 선택을 열어두라는 주류에 당당히 맞선다. 전시회장에서도 진득하게 작품을 감상하지 않고 스낵을 즐기듯이 싸구려 정보를 소비하는 세대도 ‘전념하기’라는 반문화에 동참하다 보면 개인의 진정한 정체성과 자유를 회복해 나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한편 저자는 현재 버즈니아주 폴스 처치에서 여러 시민 활동에 참여 중이다. 민주주의 정책 단체인 ‘민주주의 정책 네트워크’의 창립자이며 저자는 디지털 기술에서 벗어나 고요한 휴식이 주는 편안함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 저자 이평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저자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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