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청탁 있어도 학벌ㆍ스펙 좋으면 무죄' 궤변...맞춤형 면죄부 주장도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논란이 되고 있다. 부정청탁이 있어도 학벌, 스펙 등이 좋으면 무죄라는 궤변으로 항소심을 이겼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

이와 과련 금융정의연대는 논평을 통해 "비상식적인 판결" 이라며 불편해 했다. 이 내용을 접한 취준생도 본지와의 대화에서 "결국 가진자의 횡포(?) 아니냐며 공부 잘하는 애가 빽(뒷 배경)까지 있으니"라며 씁쓸해 했다. 

- 4년 만에 위법리스크 벗은 조 회장, 그러나

지난 6월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부정채용·부정합격자의 개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며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다른 인사팀 관계자들도 2심에서는 형량이 감경돼 벌금형 혹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앞서 1심은 조 회장이 인사부에 직접 청탁 한 3명의 지원 사실과 인적사항을 알린 행위를 위법이라고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조 회장이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는 안 했지만 채용팀이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며 면접관들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조 회장에 의해 '특이자 명단'에 올랐어도 일정한 스펙을 지니고 있으면 부정통과자로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조 회장이 은행장 재임기간 중 특혜 채용에 관여했다고 본 지원자 3명 중 2명은 정당한 합격자이거나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학력과 외국어 실력 같은 이른바 스펙을 갖추고 있어 부정 합격자로만 볼 수 없단 취지다. 이 판단은 대법원도 같았다.  

이미 '봐주기식 판결'이라는 비판이 강했고 엄벌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컸음에도 조 회장의 행위를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금융정의연대와 민달팽이유니온, 민변 노동위원회,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소위 스펙이 좋은 지원자의 부정채용을 법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판결이며 상식에도 반하는 결과이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부정채용' 또는 채용비리에서 부정합격자 또는 부정통과자의 개념'을 정의하였는데 상식적인 개념을 법원이 재정의함으로써 논리 조작을 자행한 것이다"며 "부정합격자 개념을 축소한 재판부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고 조 회장에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낸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탁'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조 회장뿐만 아니라 부정입사자에게도 면죄부를 주었고 앞으로의 피해구제까지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판단해야 할 재판부가 채용의 공정성을 직접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은 심히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형평성 논란도 뜨겁다. 대법원은 2020년 3월 비슷한 구조의 채용비리가 문제됐던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에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확정한 바 있다.

- 채용비리처벌 특별법 논의 당겨져야

현재 채용비리는 부당하게 탈락한 응시생이 아니라 채용 담당 직원을 피해자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이에 국회에서는 채용비리자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발의가 된 상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입법을 준비하는 채용비리처벌 특별법(가칭)은 채용비리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 하고, 창탁자와 수탁자를 처벌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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