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감원장 내부통제 강화 요청에도 또 횡령사고 '충격'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은행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은행을 '신뢰'하지 못하면 돈을 맡기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은행은 폐점해야 한다." 최근 또 발생한 지역농협 횡령사건에 대한 일갈이다. 

- 법적 감시망 절실...대대적 전수조사 못하나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와의 만난 자리에서 “일부 조합에서 발생한 시재금 횡령 등 금융사고는 상호금융업 권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조합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중앙회는 조합의 임직원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실태를 자세히 점검하여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조합 역시 효과적인 내부통제 구축?운영이 금융회사의 자기 책임인 동시에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말이 무색하게 지역 농협에서 또 횡령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9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경기 안성시 지역농협 직원이 물품대금 5억 원을 가로채고 잠적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40대 직원 A씨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영농조합 이사 B씨의 영농조합에서 잡곡을 산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대금 5억 원 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대금을 빼돌린 혐의다. A씨가 지난달 초 출근하지 않고 잠적해 이를 수상히 여긴 지역농협이 범행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도 지역 농협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올 상반기에만 9번째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 여기에 돈 맡겨도 되나?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구의역지점 직원이 50억 원에 달하는 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으며 이보다 3일 앞선 27일에는 경기 파주시 김포 파주 인삼농협 직원이 70억 원대의 횡령을 저질렀다. 지난달 15일에는 경기 광주시 오포농협 직원이 40억 원 규모 공금을 빼돌리는 등 잇달아 횡령사고 발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협의 내부 통제관리시스템이 있는지조차 의심한다. 한 은행 이용자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돈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기분이라 조심스럽다"며 "올 초 횡령사고 발생 후 재발방지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이후로도 수차례 횡령사건을 제대로 속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내부 통제로 비리를 걸러내지 못하는 농협 구조를 문제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농협 본점은 1115개, 지점까지 합치면 4800곳 이 넘는다. 모두 개별 법인인데다 2년에 한 번씩 정기 감사로 관리 감독을 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농식품부 측은 '횡령사고 방지 TF' 회의를 열어 내부 통제 장치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각 지역 검사국에서 감사를 나가고 있다"며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며 내부 시스템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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