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의원 "기재부 입장 아닌 국민 입장 대변할 수장 필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태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1일 임명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김 이사장 선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김 이사장이 전문성 없고 모피아(기재부 출신 관료+마피아) 출신이라며 반발한다. 또 국민연금 이사장의 리더십은 '올바른 철학과 비전을 갖춘 인재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논란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민연금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받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김 신임 이사장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는 장관직이 공석이라 조규홍 직무대행 제1차관이 대신 한 것으로 알려진다. 

1966년 경남 출생인 김 이사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서기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서비스국장 등 경제부처를 거친 금융관료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내던 중 현직으로 연금공단 이사장직에 지원한 뒤 사임했다. 경남 대아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임기는 2025년 8월 31일까지 3년이다. 경영 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복지부는 “신임 이사장의 연금제도, 개인·퇴직연금 관련 실무경험, 금융 및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성, 예금보험공사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연금개혁과 공공기관 혁신 등에 필요한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예보서 임기 안 맞추고 이적

문제는 김 이사장의 선임이 급히 진행됐다는 것.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직을 맡은 강은미 국회의원은 지난 2일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석이 100일을 넘어가며 수장 없이 표류하는 시기에 초고속, 졸속 임명이 강행됐다"며 "김 전 예보 사장의 경력으로 볼 때 공적연금에 대한 연관성과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검증절차가 사실상 생략된 채 임명 절차를 밟은 점에 의문과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장애등급심사, 장애인 활동지원 등 국민의 중요한 복지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특히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민연금 개혁과정에서 기금제도문제와 기금 거버넌스 구축의 중심역할을 담당할 기관이다"며 "(하지만) 지금은 근거도 불분명한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운운하며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재정안정론이 아니라 적정 기여와 적정급여를 통해 국민의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등 국민연금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장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앞서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김 사장의) 과거 입장과 정책적 입장 등을 보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연금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상황을 앞두고 국민연금기금의 거버넌스 개안은 물론, 국민연금 제도의 보장성 약화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의 임명에 분명한 반대 뜻을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척박한 인사 철학으로 부적격 인사를 계속 해온 바 있다"며 "언제까지 거듭되는 인사참사를 되풀이할 것인가? 정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국민연금의 올바른 철학과 비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도 “국민연금은 공적연금 강화 방향에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출근길 저지 시위, 김 이사장 "대화로 풀겠다' 

한편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노조가 첫 출근길을 저지하면서 취임식이 불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당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김 신임 이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출근길을 저지했다.

노조는 “국민연금 기금을 전문성 강화 구실로 제도와 분리해 자본시장 이해관계 중심으로 구성하고 기재부 모피아 관료의 자리 확보 수단으로 만드는 등 기금 거버넌스 개악의 시도가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무리하게 (출근)할 생각은 없다으며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국민연금 발전을 위한 노력의 하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다만 김 이사장은 이날 배포한 취임사를 통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은 지금의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인 다음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지원해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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