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권은 정권교체 염원을 이루고 윤석열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치열한 권력 쟁투가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른바 이준석 사태로 균열이 가기 시작한 여권의 분열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다음 총선 공천 눈치보기와 차기 당권·대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여권의 권력 쟁투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2022.09.27.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2022.09.27. 뉴시스

- 이준석 사태’ ‘비속어 논란겹치며 여권은 지금 분열 중
총선 공천·당권·대권에 얽힌 복잡한 셈법, 권력 쟁투 심화

여권에서 감지되고 있는 분열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하던 분열의 그림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 전체를 휘감고 있다.

비속어 논란대응하는 여권의 세 가지 기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응하는 여권의 기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번 논란을 MBC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의 광우병 쇠고기 사태까지 소환해 적극 방어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XX’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주장 설파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들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핵심인 권성동 의원,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이 있다. 특히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윤석열 지키기’ ‘대야 공세의 선봉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권 의원은 최근 MBC 항의 방문에도 동행해 “MBC는 자막을 조작해 대통령 발언을 왜곡해 국민을 속였다.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라며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방식을 통해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 참사로 규정해 정권을 흔들어 보려는 속셈이라고 맹비난을 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며 중도층에 주파수를 맞추는 세력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특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온 국민이 지금 청력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다.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국민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라며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3CBS라디오에서 민심 70% 이상이 사과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반응을 해줘야 된다그런데 사과는 절대 없다. 무조건 MBC를 잡겠다. 나는 분명히 그 말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XX발언도 안 했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이런 것들이 사실은 불통, 고집 이런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사실은 중도층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 가장 핵심적 원인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기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당의 분열에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 해야지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후 지난 1일에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문제 발언 직후 수습책으로 참모진들에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정면 돌파하라고 조언했는데 대통령께서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을 보고 나는 침묵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같이 우리 내부를 흔드는 탄핵 때 같은 세력이 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라며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보수 타령 이제 그만 해라. 지겹다라고 쏘아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그동안 개혁보수를 외쳐왔던 유승민 전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준표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유력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준석 추가 징계’, 다시 뜨는 이준석 신당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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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권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이준석 사태를 둘러싸고 분열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문제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친윤 그룹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분위기 형성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을 비롯해 비윤 세력은 이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여권의 분열 양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이준석 신당설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재징계를 받아 출당해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5.9%로 집계됐다. ‘적극 지지한다17.3%, ‘지지할 수 있다18.6%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56.0%였다.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32.2%,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23.8%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친윤 세력으로부터 사실상 퇴출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나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은 두 가지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일 법원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6인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 전날 오후 7시부터 자정을 넘겨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안건을 논의한 끝에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등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1이라는 추가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지난 7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의혹과 관련해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추가 징계로 20241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되면서 이 전 대표가 2024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또다시 윤리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직을 박탈당한 사람이 권리 회복을 위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자유와 권리, 바로 그것이 핵심 징계 사유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아니냐양두구육이 징계 사유라면 xx’,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828일 윤리위원장과 외부윤리위원들에게 차기 총선 불출마 서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 답을 듣지 못했다스스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떳떳하다고 자부한다면 지금이라도 총선 불출마를 서약하기를 거듭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전 대표는 법원 판결에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고도 그 판결에 승복했다. 그럼 그걸로 끝내야 했다윤리위의 징계는 옹졸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총선공천 눈치보기’ ‘당권·대권 경쟁얽혀 복잡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이준석 사태등을 둘러싼 여권의 분열 양상은 2024년 총선 공천 눈치보기와 차기 당권·대권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 쟁투가 얽히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비속어 논란과 관련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집권여당이 국정의 뒷받침이 되기도 하지만 국정운영을 위해서 민심을 반영하는 게 정당인데 지금 국민의힘이 대통령 눈치만 보고 대통령 하라는 대로 줄만 서고 이렇게 할 경우에는 (지지율이)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커플링 효과가 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되게 앞장서서 강경파 의원들, 심지어 XX 소리도 안 들린다, 제대로 듣고 해라라고 막 화를 내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들이 많다라고 주장했다.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 3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홍준표 시장이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정치가 이렇게 복잡한 거다. 권력 투쟁이라는 게 단순치가 않다여야끼리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여당 내에는 지금 굉장히 복잡한 전선이 쳐져 있는데 지금 두 분(홍준표, 유승민)은 미래 대권 경쟁을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을 당권주자가 또 비판하면 그건 당권 경쟁하는 거다라며 정치인들은 언제라도 당권 경쟁, 대권 경쟁하는 즉 권력 투쟁을 하는 존재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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