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들의 방] 저자 베로니카 오킨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기억의 잔상 결합체인 감각 경험으로 인간의 내면은 완성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무의식 상태를 좌우하는 초자아의 영역까지 도덕적 양심의 형성과 자아 평가의 탐구의 여정은 개인이 경험한 기억에 의해 좌우된다. 

저자 베로니카 오킨의 신간 ‘오래된 기억들의 방’은 인간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를 비춰 인간의 내면을 구성하는 자아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지켜본다. 

세계적인 신경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30년 임상 연구 기록의 결정체인 책에서는 뒤엉킨 감각의 방에 갇힌 ‘비정상’ 연구를 들춰봄으로써 ‘정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알렸다. 

특히 저자는 기억이 어떻게 개인을 완성해내는가에 초점을 맞춰 트라우마가 남긴 내면의 상처를 읽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청소년기에서 노년기에 걸쳐 인간 두뇌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뇌의 기억 형성이 자아 감각을 설정하는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트라우마 상태에 있는 이들의 두뇌는 정신 이상의 감각이 주는 혼동된 카오스 상태라고 알리는 저자는 비체계적인 통합된 감각 신호가 체계적인 기억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해 서사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밝혔다. 

단순한 뇌과학의 영역이 아닌 신경학과 정신의학을 접목시켜 철학과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한 내용으로 과학 논리 이론을 앞세운 학자들보다 기억에 대해 평한 예술가의 경험을 오히려 존중하는 근간으로 인간 뇌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기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원리 접근 방식보다는 환자의 직접 경험 속에서 밝혀진 진실에 무게 중심을 둔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신경학자인 저자는 인간 경험속에서 작동하는 뇌 활동 연구를 30년 이상 연구해왔다. 기분 장애와 출산 우울증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정신이상 장애는 과학이 해결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아닌 책임의 영역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책을 접한 소설가이자 부커상 수상자인 존 밴빌은 “기억이 어떻게 우리를 구성하는 지 살피는 대단히 흥미롭고 인간미 넘치는 연구의 결과물이다. 베로니카 오킨이 뛰어난 문장가이듯 훌륭한 의사라면, 그 환자들은 운이 좋다”라는 서평을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해석을 제시하기보다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기억처럼 평범하면서도 다행스러울 만큼 복잡하고 아름답기도 한 것에 대한 명료한 묘사로 우리를 만족하게 해 준다”는 서평을 덧붙였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제임스 굿 윈의 ‘건강의 뇌과학’, 저자 로드니 하비브의 ‘포에버 도그’,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뛰는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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