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을 감안하면 친윤계 후보들의 교통정리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가 비윤계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으로는 당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할 친윤계 당대표를 주자를 낙점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지하게' 얘기나누는 주호영 의원과 안철수 의원. 뉴시스
'진지하게' 얘기나누는 주호영 의원과 안철수 의원. 뉴시스

나경원 대통령직속위 부위원장 임명 친윤 당권 교통정리’ 나서
-
 국정운영 부담스런 비윤계 유승민 대항마 찾기본격 착수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를 상당 부분 털어내면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 체제로 정기국회를 치르면서, 정식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위한 전초전이 가열되고 있다. 전대 시기를 두고는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이 정권 초반 임시 지도부 체제를 길게 유지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윤석열 정부 정책과제를 뒷받침할 주요 법안과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 정기국회 도중 전대를 치르는 것 역시 무리라는 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내년 초 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하지만 전대를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룰 변경이 선거 판도를 바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당원 비율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한 당헌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일반여론조사 30%, 당원 70%를 당원 80% 또는 100% 반영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차기 전대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 내부나 용산에서도 당원 비율을 높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한 윤핵관 등에서 당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나경원 차출로 시작으로 윤핵관 교통정리 본격화

화기애애했던 이준선 전 당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화기애애했던 이준선 전 당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친윤 대 비윤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안철수·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당권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특히 비윤계인 유승미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는 비윤계인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용산이 수평적 관계로 형성될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과 비윤계 간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친윤계와 대통령실로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계를 내세워 당 장악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대통령 임기 초반의 집권여당 당대표라는 점, 차기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교체가 마무리 된다는 의미에서 윤 대통령과 원팀이 될 수 있는 당대표가 선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사실 나 전 의원은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신이 당원들 표심에서 1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영남일보·KBS대구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16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23%1위를 차지했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 19%, 안철수 의원 17.9%, 유승민 전 의원 12.6%였다.

특히 용산을 비롯한 친윤계에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도 당권 후보들 중 윤 대통령과 그나마 조합이 잘 맞는 인사는 나 전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 등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찰떡궁합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했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친윤계 대표로 분류되지만, 대중적 존재감은 약하다. 게다가 여의도 중심으로 큰 꿈을 그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친윤과 비윤 사이 중간 포지션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의원은 인수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차기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 당권 후보군들 중에선 나 전 의원을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에선 당을 확실히 장악하면서도 2024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낼 당 대표가 필요하다결국 자기 정치를 할 당 대표보다는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주자를 친윤 후보로 낙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등 친윤계에서 차기 당권을 위한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윤계 선봉장인 유승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출 친윤 후보군 압축 작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윤심을 등에 업은 친윤 후보 1인이 대표 선수로 나선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권영세, 원희룡 등, 3의 인물도 거론

'심각하게' 얘기나누는 권영세 장관과  원희룡 장관, 뉴시스
'심각하게' 얘기나누는 권영세 장관과  원희룡 장관,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관심은 윤심이 과연 어디로 향할까에 쏠려 있다. 나 전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이탈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친윤계 김기현, 윤상현 의원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권성동 의원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꾸준히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지금 거명되는 후보들 가운데는 진정한 친윤이 없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친윤계 일각에선 아직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나서지 않은 인물들도 소환하려는 태세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주 원내대표도 의원들과의 접촉을 넓히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시에 대통령실이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 아예 새로운 인물을 차출해 낼 수 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흘러 나온다. 오는 연말 소폭 개각을 통해 이들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뒤 윤심을 등에 업고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원 장관의 경우 대중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에서 낙선했지만 윤석열 후보의 전략을 담당하며 대장동1타 강사로 인지도를 높였다.

권영세 장관은 당내에서 신망이 있고,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더욱이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대통령실과 소통이 잘 되면서 기존의 윤핵관이 아닌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권 장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권 장관 본인도 먼저 나서 출마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윤 대통령으로부터 제의가 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 장관은 윤 대통령 서울 법대 선배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