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양곡법 개정안, 정부의 곡물 시세 조정 개입 의무화가 골자
민주, 19일 국회 농수산위 전체회의서 개정안 단독 처리 유력
당정, 野와 의견 조율 추진...논의 불발 시 尹거부권 행사 고려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산지 쌀값이 관련 통계 조사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자 정부가 쌀 값 안정화를 위해 1조원 가량을 들여 45만톤에 이르는 쌀을 사들이기로 했다. 2022.09.26.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여야 정치권이 '민주당표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 개정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 단독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야당 입법 취지에 동의하지 못한 당정의 후속 대응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양곡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향후 정부가 쌀 초과 생산분을 '의무 매입'해 시세 폭락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정은 최근의 쌀 시세 폭락이 문재인 정부의 시장격리제도 실패에서 기인했다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유도하는 '과잉 잉법'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을 민생법안 처리 0순위로 지목한 만큼, 당정의 반대에도 입법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이 아주 심하게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작면적 조정을 위한 대체작물 지원제도, 그리고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시장격리를 해야 하는 자동격리제 도입을 최대한 신속하게 또 강력하게 추진해 가도록 하겠다"라며 당론에 힘을 실었다. 검·경 사정 국면에서 민생 성과로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이 대표의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19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야당과의 의견 조율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여야간 간극이 좁혀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핵심 쟁점은 정부의 쌀 매입 '의무화' 여부다.

현행 양곡법은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 대비 3% 이상 초과하거나 쌀값이 5% 이상 떨어질 경우 정부가 생산량 일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쌀의 시중 유통을 억제시켜 시세를 높이는 일종의 '시장격리' 조치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시세 조정 조치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쌀 시세 변동에 대해 정부의 유동적 대응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소속 안호영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며 이개호(왼쪽), 이인영 의원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소속 안호영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며 이개호(왼쪽), 이인영 의원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정부의 쌀 시장 개입을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쌀 초과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의무 매입 조항과 함께 농업인들의 타 작물 재배를 재정 지원하는 근거도 담겼다. 쌀값 안정화를 통해 정부가 벼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와 재배 작물 다변화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당정은 농민 우려를 해소시키자는 취지의 민주당표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켜 타 작물 시장이 위축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쌀 의무 매입에 따른 조(兆) 단위의 국고 지출과 저가매입·고가매도에 따른 결손 보전 문제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회 당정협의를 거쳐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직후 취재진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해 미래 농업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것에 정부와 여당은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벼 대신 타 작물 재배를 통해 쌀 재배면적을 줄여나가고, 이에 따른 예산 등을 더 확대해서 실질적인 농업발전과 농민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은 더 미룰 과제가 아니다"라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법안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 농해수위(19석)에서 의결 정족수를 초과한 11석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한 상황. 민주당도 일단 여당과의 논의 채널을 열어둔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개정안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당정은 우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간 동안 야당과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결국 야당이 현 개정안을 고집할 경우 당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본지에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하더라도 법사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며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야당과) 협상 여지는 남아있다"고 했다.

또 그는 "끝내 야당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도 해야 할 판"이라라며 "대통령실에서도 국회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거부권 행사 카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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