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석비대위, 조강특위 가동 통해 조직재정비 드라이브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센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윤계와 비윤계가 공천 주도권을 놓고 대혈투에 나선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최대 100명에 이르는 당협위원장 교체설까지 나올 정도다. 2024422대 총선 이후 여권의 정치지형은 공천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 여부는 물론 202721대 대선 등 차기 구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압승으로 순풍을 탔던 국민의힘은 현재 당이 완전히 두쪽으로 쪼개진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조치를 둘러싼 후폭풍은 물론 정진석 비대위 체제 이후 전당대회 당권을 놓고 친윤계와 비윤계가 대격돌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전쟁을 둘러싼 내막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회의장으로 향하는 정진석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뉴시스
회의장으로 향하는 정진석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뉴시스

- 이준석·유승민계, “반대파 쳐내기비윤계 견제용 반발
- 총선 주도권 다툼 속 최악의 경우 친이vs친박 공천학살 재현

여권 안팎에서는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의 극한적인 갈등과 대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국 정당 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다만 후유증은 깊고도 넓었다. 18대 총선에서 친이계 주도로 친박계 공천학살, 19·20대 총선에서 친박계 주도로 친이계 공천학살을 주고받았다. 이는 보수몰락의 시발점이 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으로 이어졌다. 정진석 비대위가 사고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를 명분으로 당협위원장 교체를 서두를수록 여권 내부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차기 전대를 둘러싼 친윤계와 비윤계의 물밑전투마저 본궤도에 오르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진석비대위, ‘조강특위가동비윤계 유승민계 반발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임시 체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로 물러난 이후 각종 내홍과 우여곡절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정진석 비대위가 가까스로 출범했다. 정상적인 지도부 출범을 위해서는 내년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재정비가 필수적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조직정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정감사 종료 이후 김석기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19일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에 참석, 공석 중인 68곳의 당협위원장을 채우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전국 253개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감사와 전체 당협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고 당협 68곳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가 핵심이다.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물적 기반이다. 지금 당장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 해도 최소한 5개월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다만 조직정비의 필요성이라는 원론적 공감대에도 임시 지도부 성격의 비대위가 조직정비를 주도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비윤계가 이준석계와 유승민계를 쳐내기 위한 시도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내부잡음이 커질 경우 비대위가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당무감사만 최소 2~4개월 소요된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기 당무감사는 60일 이전에 공고해야 한다. 전국 당협이 253곳이라는 점에서 두달 안팎의 현장 실사를 거쳐 최소한 한 달에 이르면 보고서 작성과 의결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인력, 비용, 시간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개 당협위원장의 교체 여부도 뇌관이다. 정진석 비대위는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만큼 원칙적으로 기득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사고 당협위원장 공모와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교체가 마무리되면 인적쇄신 규모는 최대 100여곳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사고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를 둘러싼 극명한 시각차다. 정진석 비대위는 당의 정상화와 안정화를 위해 미룰 수 없는 작업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비대위 대변인격인 김행 비대위원은 총선이 끝난 지 26개월이 지났는데도 70개에 가까운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라며 당헌당규 절차대로 하겠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와 당무감사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의도 없이 당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와 가까운 비윤계를 중심으로 줄세우기 또는 반대파 견제용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혁신위원은 당협위원장을 전당대회 직전에 채운다고 한다면 특정 세력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로 꼬집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서울 중성동갑 당협위원장도 비대위는 당의 비상상황일 때 잠깐하고 끝내야 하는 것이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반기를 들었다. 윤 의원은 급조된 비대위가 당협 줄세우기에 나섰다현 비대위는 국정 뒷받침과 전대 준비에만 집중하고, 당 운영과 조직 전반에 대해서는 새 지도부에 맡기는 것이 상식과 정도라고 꼬집었다.

친윤·비윤 극한대치2의 친이vs친박 악몽 재현

기자회견하는 이준석 전 당대표. 뉴시스
기자회견하는 이준석 전 당대표. 뉴시스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도의 사고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는 차기 당권 및 22대 총선 공천 경쟁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풀뿌리 당원들의 집합체인 당협위원장에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향방은 물론 차기 총선 공천지형과 성적까지 대략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의 공천 논란과 관련, “남은 기간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많이 고민해야 한다“(차기 총선에서)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려면 어떤 인물이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가를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선 승리 이후 당 주류로 급부상한 친윤계는 이참에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야심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21대 총선 당시 참패를 기록하면서 수도권에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상당수는 비윤계 인사다. 총선 경쟁력을 명분으로 물갈이가 가능한 포인트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친윤계 인사들을 전진배치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당권 장악은 물론 총선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을 총선 기수로 내세운 뒤 윤 대통령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출마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당을 친정체제로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비윤계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고려한 대목이다. 실제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을 더 저격하면서 내부총질러라는 비판도 거세다.

반면 비윤계는 친윤 주도의 줄세우기와 반대파 솎아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의구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역대 보수정부에서 나타났던 공천학살이라는 악몽의 재현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유승민 전 의원의 경기지사 공천 실패와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이라는 학습효과 탓이다. 실제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비윤계 인사들은 향후 정치적 입지와 관련해 불안감을 내비추고 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명의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는 친윤계 주도의 인적쇄신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던 허은아 의원(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영남권 모 중진 의원과 수도권 모 초선 의원은 벌써 위험신호라는 미확인 소문마저 돌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최악의 경우 과거 친이 vs 친박의 공천학살 주고받기의 악몽이 반복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8·19·20대 공천은 보수정당의 흑역사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2달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승리를 거뒀지만 후폭풍은 엄청나다. 친박계의 대거 낙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도 솎고 국민도 솎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라는 기형적인 무소속 정당이 탄생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친박계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명박정부 말기 레임덕 상황 속에서 전권을 장악한 친박계는 19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를 대거 퇴출시키며 공천학살을 앙갚음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로 과반 승리는 거뒀지만 후폭풍은 국정농단 사태 때 그대로 나타났다. 20대 총선 공천에서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마저 등장한 막장공천의 역풍이 불었고 이후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비박계 주도로 대통령 탄핵에 가세하기도 했다.

당협정비 전대룰까지당권두고 파열음 지속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유승민·하태경·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하태경 창단준비위원장 및 정병국·이혜훈·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및 바른미래당 탈당관련 기자회견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유승민·하태경·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 8명과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참석했다. 2020.01.03. 뉴시스

당협 재정비를 둘러싼 차기 당권주자들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당 조직 정비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전대 유불리는 물론 22대 총선 공천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협 정비의 속도와 폭에 따라 전대 시기는 물론 대략적인 윤곽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친윤계가 당을 확실히 장악한다면 차기 전대는 물론 총선 공천에서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비윤계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 보수파 의원들은 사실상 상당수가 퇴출 수순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당협 재정비를 주도 중인 정진석 비대위원장마저 잠재적인 당권주자라는 점도 치열한 신경전의 요인이다. 게다가 역선택 방지를 위한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는 또다른 불씨다.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연일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 대표 선거는 당원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각각 반영한다. 다만 역선택 방지를 위해 당원투표 비중을 현행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100% 당원투표로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당권도전을 고민 중인 부산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현행 전대 룰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개딸들이 우리 대표 선정에 투표권을 가지는 룰이라면서 당대표 경선방식,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하자고 주장했다. 당심을 보다 많이 반영하면 친윤계 당권주자가 유리해진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대 주자 1위를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유 전 의원은 탄탄한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배신자 꼬리표 탓에 당내 기반은 취약하다. 유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민심과 거리 있는 당대표가 대표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민심과 윤심의 대결로 가면 총선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마저도 “100% 당원 투표 주장도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극단적으로는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면 될 일 아니겠느냐고 반발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여의도 정치무대에서 공천만큼 예민하고 치열한 이슈는 없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아직 확실한 반등의 흐름을 타지 못한 데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친윤계와 비윤계의 공천주도권 다툼은 해를 넘겨 내년이 되면 전당대회 분위기가 맞물려 더욱 증폭되면서 예측불가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후년 22대 총선과 차기 대선국면의 유불리를 놓고 차기 당권주자와 대선주자의 셈법은 제각각이라면서 국민의힘이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의 사생결단식 공천갈등을 되풀이한다면 최악의 경우 분당사태에 이르는 것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도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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