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친북좌파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감추지 않고 털어놔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10월 12일 오후 경사노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질의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본인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말했다며 확실하게 김일성 주의자”라고 잘라 말했다. 고 신영복 씨는 성공회대 교수로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복역했으며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로 비판되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을 ”김일성 주의자“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측은 그를 퇴장시키는 등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그날 오전 이미 국감에서 한 차례 민주당 의원과 “종북” 문제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작년 4월 소셜미디어에서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사파 운동권 출신으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지적한 글을 문제 삼았다. 거기에 김 위원장은 “저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5년 전엔 문재인을 “김정은 기쁨조”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을 3차례나 지냈고 경기도 지사도 2회 연임한 70대의 원노 정객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친북좌파 비판 발언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민주당 지배하의 국회에서 소신껏 문재인을 “김일성 주의자”라고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윤건영 면전에서 그를 ‘종북 본성’을 지녔고 “수령님께 충성”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친북좌파에 대한 날 선 지적은 오늘날 정치권에선 찾아보기 드문 신념과 결기 표출로 평가된다. 지난날 엔 우리나라 원노들이 친북좌편향 정권에 대해 통렬히 꾸짖곤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가 자꾸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냈고 ‘자유민주주의 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으로 활동하던 고 이철승 의장은 노무현 정권을 반미*친북*용공*부도덕 정권으로 규정,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고 이도형 한국논단 대표(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그랬다.

친북좌파에 대해 질책했던 원노들이 타계하면서 친북좌파에 대한 따끔한 경종은 무뎌졌다. 친북좌파의 명예훼손 고발 등 사나운 반격이 두려워서였다. 이러한 때에 김문수 위원장은 김수한*이철승의 뒤를 이은 듯 소신에 찬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노동 혐오 극우 이념에 찌든 시대착오적 인물”아라며 경사노위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고발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를 노동 혐오자 라며 사퇴를 요구한 건 성급하다. 김 위원장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친노동은 아니지만 노사의 건전한 협력을 바란다는 데서 그렇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 ‘민청학련’사건으로 제적되었다. 그 후 서울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재단보조공으로 일했고 한국도루코노조 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지도위원으로도 관여했다. 그 밖에도 경기도 지사 시절엔 택시 기사들의 고충을 알아야 한다며 1일 택시기사를 하며 노동계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노동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친북좌파에 맞선다고 해서 ‘노동 혐오“자로 몰아붙였다. 이것이야 말로 ”이념에 찌든 시대착오적 “인 덮어 씌운 기로 간주된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노동 혐오자로 몰아갈 게 아니라 앞으로 그의 경사노위 직무수행을 지켜보며 재단해야 한다. 그때 가서 ”노동 혐오자“로 드러나면 사퇴를 주장해도 늦지 않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