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겸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한동훈 사과촉구 강력 반발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익은 의혹 제기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서울 청담동 고급바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녹취록 제보를 바탕으로 국정감사장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장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다만 구체적인 물증과 팩트없이 무분별한 의혹제기가 이뤄졌다는 평가 속에서 김 의원은 전례없는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 장관의 강력 반발과 법적 대응 방침에 민주당 안팎에서조차 대형악재가 터졌다며 한탄이 흘러나왔다. 여권에서는 해당 의혹 제기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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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공세 나선 국민의힘 시정잡배의 상습적인 거짓말맹비난
진퇴양난민주당 대선자금 수사로 어려운데 또 자살골

“(한동훈 장관은) 지난 71920일 이틀간 술자리를 간 기억이 있느냐. 청담동의 고급스러운 바였고 그랜드 피아노와 첼로가 연주됐다. 그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합류했다.” vs “저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 1내에 있었으면 제가 뭘 걸겠다. 저 술 못 마시는 것 아십니까. 지라시 수준도 안 되는 걸 갖고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무위원을 모욕했다. 책임지시라. 분명히 사과를 요구하겠다.”(10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제기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반박과 불쾌감 토로)

김 의원과 한 장관의 악연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 의원은 그동안 한 장관을 향해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의 악수논란이나 미국출장 푸대접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위태로왔던 양측 관계는 청담동 심야 술자리 논란으로 폭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동훈 저격수인 김 의원은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겠다는 태도다. 한 장관 또한 거짓말 의혹제기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초강경 태도다. 유례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어느 한쪽의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여의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과도한 견제가 역풍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의 초대형 자충수가 오히려 한 장관의 정치적 몸값만 수직상승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의 비판에 시달린 김 의원 또한 손해볼 것 없는 장사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민주당 지지층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국감 최대하이라이트김의겸vs한동훈 공개 설전

김 의원과 한 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심야 술자리설전은 2022년 국정감사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국회의원과 장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장시간 설전을 주고받은 것 자체도 이례적인 데다가 말그대로 난타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의혹 제기 내용도 충격적이다. 영화나 TV드라마에서나 볼만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이 대형 로펌 변호사 수십여명과 서울시내 고급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첼로반주에 동백아가씨노래를 불렀다는 자극적인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진위 여부를 둘러싼 대중적 호기심이 증폭됐다.

김 의원은 지난 1024일 법사위 국감에서 제보자의 녹취를 근거로 한 장관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해당 의혹 제기는 유튜브매체 더탐사가 해당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로 연주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친구의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한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장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설이라며 강력한 분노를 드러냈다. 한 장관은 저는 다 걸겠다.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든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고 김 의원을 압박한 장면도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해당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위원들과 부딪히기보다는 자세를 낮추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해당 발언이 엄청난 파문을 빚자 이후 국감에는 자리를 비웠다. 한 장관은 늦은밤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질의를 통해 김 의원을 정조준했다. 한 장관은 제가 분노하는 것은, (의혹을) 던져놓고 아니라고 하면 이런 식의 프레임이 계속 갈 것 아닌가. 옛날에 줄리라고 한 것처럼이라면서 면책특권 범위가 아니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는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터무니없는 쥴리 의혹을 제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해당 폭로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포함되느냐 여부도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총공세 나선 국힘, “김의겸 사과해야야당일각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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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의 메가톤급 폭로에 여의도가 들썩였다. 여야의 엇갈린 반응에 이어 대통령실에서조차 별도 입장문이 나왔다. 특히 김 의원의 폭로내용이 진위여부를 떠나 워나 자극적이다보니 김 의원과 한 장관의 공개 설전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관심도 뜨거웠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상에서 최대 화제였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산됐다. 대체로 한 장관이 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김 의원을 비판하는 게 대다수였다. 해당 술자리의 주선자로 알려졌던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도 김 의원의 폭로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런 술자리를 주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체적인 평가는 한동훈 장관의 압승, 김의겸 의원의 참패였다.

김 의원의 폭로에 대한 비판여론에 국민의힘은 융단폭격에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김 의원을 압박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현직 검사라도 로펌 변호사 30명이 모인 자리에는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자리에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경호 인력 동원해서 갔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수습기자라도 팩트파인딩(사실확인)에 나서면 한 시간 안에 결판날 제보라고 꼬집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숨어서 국감은 물론 국회 권위를 실추시킨 사례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라면서 청와대 출신 한 야당 의원이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친야 성향 매체의 일방적인 취재 내용으로 법무부 장관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시정잡배들의 술주정만도 못한 상습적인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행 비대위원은 온라인상에서 해당 첼리스트의 신상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포된 점을 거론, 김 의원을 향해 데이트폭력의 공범이자 2차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수면 아래에서는 의욕 과잉이 부른 참사라며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정확한 사실 확인없이 가정을 전제로 너무 조급하게 질의한 게 경솔했다는 취지다. 물론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당한 의혹제기라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지원사격과 옹호가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김 의원에 대한 손절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국회에서 장관이나 국무위원에 대해 질의하게 될 때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30명의 로펌 변호사, 대통령, 법무부장관, 그다음에 술집, 이런 설정 자체가 조금 납득이 안 가는 측면이 있다크로스체킹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의원은 좀 더 백업할 근거를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 한 장관은 뭐가 나오든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작전대로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당 차원의 지원사격은 김 의원의 폭로에 대한 진위보다는 여권의 공세에 대한 방어 성격이 짙다. 지도부 일각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진실규명을 위한 TF팀 구성 제안이 나왔지만 유야무야된 게 대표적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사실이면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민생을 안 돌보고 새벽까지 술판만 벌이는 것이 주사파 아니냐면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떳떳하다면 71920일 사이에 어디 있었는지 동선을 국민에 낱낱이 밝히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김 의원의 의혹제기를 거짓말로 규정하며 분명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완전히 꾸며낸 소설을 발표했다. 면책특권에 기대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사실에 자신이 있다면 국회 밖에서 말씀하시기 바란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김 의원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28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동훈, ‘차기주자강화김의겸, 강성지지층 눈도장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과 전용기 비서실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 혐의' 관련 고소장 접수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9.2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과 전용기 비서실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 혐의' 관련 고소장 접수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9.28. 뉴시스

정국을 뒤흔든 메가톤급 폭로의 후폭풍은 여전하다. 한 장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추가 제보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 장관의 차기 총선·대선 역할론을 겨냥해 의도적인 흠집내기에 나섰다는 음모론까지 흘러다니고 있다. 100% 정확한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이지만 여론은 김 의원의 자책골이라는 평가로 흐르는 분위기다. 한 장관이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데다 회식 자리에서조차 제로콜라를 마신다는 풍문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와 관련, “제가 알고 있기로 한 장관은 술을 못 마시고 제로콜라만 마신다고 한다. 부적절한 술자리 같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나와버리는 걸로 알려진 사람이라며 김 의원은 자살골을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정감사장에서 1라운드 대충돌에 이어 한 장관과 김 의원은 2라운드 충돌도 이어갔다. 한 장관은 이후 장관이 아닌 개인 자격의 입장문에서 김의겸 의원은 거짓말로 해코지해도 되는 면허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매번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 주고 책임을 안 지니까 자기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이런 것 같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 장관은 더 나아가 허위사실 유포의 피해자라며 민주당의 공개사과까지 촉구했다. 한 장관의 초강경 태도에 보수 지지층은 열광했다. 수세에 몰린 김 의원 역시 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한동훈 장관은 대뜸 장관직을 걸겠다며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 저는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 법한 협박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제보 내용이 맞는지도 계속 확인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추가폭로도 예고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김 의원의 폭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지지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청담동 심야술자리 의혹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설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장관과 김 의원도 모두 정치적으로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여의도에는 출처 불분명의 온갖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다닌다. 다만 사석에서 지인들끼리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정확한 팩트체크 없이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의 여파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최악의 자책골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 지지율 정체상태 지속과 대내외적인 경제위기가 심화 속에서도 잔뜩 움츠러든 보수진영은 한동훈이라는 블루칩 차기 대선주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보였다. 김의겸 의원은 무책임한 폭로정치라는 비판 여론과 달리 여권에 적대적인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은 향후 정치행보에 플러스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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