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 핼러윈데이(31일)를 이틀 앞두고 서울 이태원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156명이 압사했고 1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부분 10-30대의 남녀 청년들이었다. 오후 10시 15분, 폭 3.2m 길이 40m에 10% 경사도의 좁은 비탈길을 꽉 메운 수천명 사람들 중 일부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6-7 겹으로 뒤엉켜 압사했다. 국내 최악의 압사 참사이다. 세계 최악의 압사 사태는 1990년 9월24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발생했다. 이태원 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많은 1426명이었다.

인간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희생양을 찾아 분풀이한다. 304명의 사망자를 낸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 원인은 갑작스러운 여객선 전복 침몰과 여객들을 방치한 채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 등에 있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리들이 세월호 비극의 희생양으로 찍혔다. 상당수 세월호 관련 혐의로 입건됐던 해양경찰과 관리들은 무죄로 풀려났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시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권력에 대한 불신조장의 매개로 이용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조사가 무려 8차례나 반복되었는데도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며 물고 늘어졌다.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똑같은 맥락에서 이태원 참사도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선 아니 된다. 그러나 정략적 이용 기도는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고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많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라고 단정했다. 모두 정략적 책임 추궁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재발되지 않기 이해선 사태 발생 원인과 수습과정의 미비점들을 밝혀내 재발방지의 매뉴얼로 삼아야 한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현장 인근 시민들로부터 112 신고가 11건 접수되었다고 한다. “인파가 많으니 통제해 달라” “압사당할 것 같다” 등이었다. 즉각 대처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러면서도 그날엔 세종로에서 보수와 진보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두 그룹 간의 물리적 충돌이 걱정돼 경찰의 신경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또한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 외에도 강남과 홍대 인근에서도 동시에 열려 경찰은 거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인파를 통제해 달라는 11건 신고도 성추행, 폭력, 주취, 분실 신고 등 93건들 중 일부였다. 이 와중에서 경찰은 이태원 구조 요청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듯싶다.

이태원 참사 발생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사과했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이 문책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태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 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키 위해 근거 없이 덮어씌워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 경우처럼 야당측이 정부 탓을 강조하게 된 나머지 재발 방지를 위한 과학적 접근이 흐려져서는 아니 된다.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재발 방지보다는 야당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 의문의 7시간 행적” 등에 파묻히게 되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과 대응책 강구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략적이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 등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참사 원인 분석으로 가야 한다. 동시에 참혹한 비극이 벌어질 때마다 끼어드는 희생양 사냥과 분풀이도 되풀이되어서는 아니 된다. 정략적 계산 아닌 객관적이며 과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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