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참사의 ‘정비례 함수관계’...사정 덮고, 정부 책임론 키우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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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정두현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여의도 정치가 빠르게 국정감사ㆍ특별검사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한다는 명목으로 국조ㆍ특검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면서다.

이에 당정은 이태원 사고 발생 3주차에 접어든 현재 경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강제수사가 가능한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며 국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ㆍ정의당ㆍ기본소득당 등 야권 3당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를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이렇듯 비교섭단체를 대거 품은 ‘빅텐트’를 구성하면서까지 국조 강행에 나선 것은 이태원 참사 국면을 장기화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틀어 쥐겠다는 구상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특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여당의 보이콧 등으로 국조가 공전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야당의 후속책인 셈이다. ‘국정조사 정국’이 사실상 불가피한 가운데, 야당의 ‘한방’에 여당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건이다.

- 민주ㆍ정의ㆍ기본소득 野 3당, ‘국조 연대’ 구성...국조 단독처리 무게 
- 野 국조→특검 추진에 ‘참사 정국’ 장기화 불가피, 일반특검 주장도 


이태원 참사 여진이 여의도 국회를 휘감고 있다. 경찰이 사고 원인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국조ㆍ특검을 병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일면서 여의도 국회에선 국조 시행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 이르렀다. 

야당발 국조ㆍ특검 기류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당장 시급한 건 철저한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정조사는 강제조사의 권한이 없다. 결국 특검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169석 거대정당도 일제히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수사와 국조, 특검이 동시 진행된 경우는 차고 넘친다”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부하더라도 국조를 단독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민주, 정의ㆍ기본소득ㆍ무소속 품으며 ‘국조ㆍ특검 앞으로’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권 3당이 공동 작성, 제출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 본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국정 요구서에는 3당 소속(무소속 포함) 의원 181명이 이름을 올렸다. 조사 대상에는 정부ㆍ지자체 당국을 비롯해 대통령실까지 포함됐다. 이들 3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를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포함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에도 요구서 초안을 보내며 국조 추진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정의당ㆍ기본소득당과 무소속 일부가 동의했고, 국민의힘과 시대전환은 ‘정쟁 소지가 있다’며 불응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국조 대상에 대통령실이 포함된 데 대해 ‘정부 흔들기’라고 반발하며 국조 보이콧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여당은 해당 국조안(案)이 세월호ㆍ이태원 참사의 개연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쟁 불씨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1/4(75명) 이상이 국조에 동의할 경우 요구서 제출이 가능하고, 이는 국회의장을 거쳐 본회의에 회부된다. 국조 요구서의 본회의 통과는 국회 과반(150명)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사실상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만으로도 본회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조안이 의결되면 ‘국정조사권’이 발동되고 교섭단체 대표 간 조율을 거쳐 국정조사위원회가 구성된다. 국민의힘이 끝내 불참할 경우 여당이 배제된 국정조사위 구성도 가능하다. 

이렇듯 민주당이 국조 단독 강행이 가능함에도 범야권 빅텐트를 친 것은 추후 특검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조에 이어 특검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국조ㆍ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만큼,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된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의 2/3 이상의 동의가 이뤄져야 국회 재의결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국조→특검’ 연계를 구상 중인 민주당으로선 군소정당과의 연대를 굳히며 최소 180석 이상 확보해야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이태원 국조ㆍ특검’ 띄우는 속내는

국정조사는 국회가 중대 국정사안을 조사하는 제도다. 그러나 역대 국조는 검ㆍ경 수사와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다 보니 실체적 진상 규명보다 유명무실한 정쟁 소모에 그친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검의 경우도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당장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결 절차에만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막상 특검법이 발효되더라도 특검 구성부터 수사 착수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세월호 특검도 수사 개시까지 5개월이 걸렸다. 여의도 정가에서 일반적으로 국조나 특검이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적으로 판을 키우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인식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참사 정쟁화’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조와 특검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원 참사 직전까지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검ㆍ경 사정으로 압박을 받는 처지였다. 사실상 ‘정치ㆍ야당 탄압’ 구호를 외치는 것 외에는 사정 한파에 대응할 만한 묘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태원 압사 사고 비극은 결과적으로 정국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민주당은 국가애도기간 종료와 동시에 즉각 국조ㆍ특검과 정부 무능론을 띄우며 여론 환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야당 내부에선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검찰발 마약수사를 참사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방법론이 총동원됐다. 

야당으로선 최악의 경우 국조와 특검이 무산된다고 해도, 국조ㆍ특검 강행 수순을 밟으며 참사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이 대표와 전임 정부를 둘러싼 사정 이슈는 희석되는 반면, 참사 발생에 따른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며 당정을 지속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 ‘상설특검’이 아닌 ‘일반특검’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상설특검과 달리 일반특검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장기전 유도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선 역으로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현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참사 정쟁화’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라며 “국조ㆍ특검 추진 당위성을 꾸준히 피력하면서도 특검의 경우에는 신속한 진상 규명이 가능한 상설특검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그게 민심이 바라는 바고, 구태여 일반특검을 주장해 (정쟁화) 프레임에 빠지는 자충수를 둘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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