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정치보복” 탄압 주장에 비명계 “거취 표명해야” 압박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격랑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을 비롯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윤석열정부의 실정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자체 악재로 침몰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 시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최전성기를 누리던 때와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이재명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때부터 우려해왔던 일들이 검찰 수사의 진전에 따라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22대 총선 승리는커녕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0대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휴지기 없이 여의도무대에 곧장 복귀한 이른바 이재명 리스크가 사실상 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내몰린 민주당을 집중 조명했다.

물마시는 이재명대표. 뉴시스
물마시는 이재명대표. 뉴시스

오른팔·왼팔 최측근 구속에 대장동일당 초대형 폭로 지속
민주당까지 침몰하다이재명 사법리스크 날로 확산

민주당의 위기는 당내 정치지형의 재편에서도 나타난다. 8월 전당대회 이후 친명계의 독주 속에 숨죽여왔던 소장파는 물론 비명계는 이 대표의 거취 표명을 촉구하고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실정 속에서 적전분열(敵前分裂)은 안된다며 침묵해왔지만 최근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이재명 대표의 연루 의혹이 연일 뉴스지면을 장식하면서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공개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검찰의 수사 칼날이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까지 함께 몰락할 수도 있다는 극도의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라이벌이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국내 복귀 움직임마저 가시화되면서 민주당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내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판도라 상자연 유동규·남욱이대표 커지는 사법리스크

이 대표는 크고작은 사법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물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한둘이 아니다. 최대 아킬레스건은 대장동 의혹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20대 대선 본선 내내 본인의 발목을 잡아왔던 대장동 리스크에 대한 검찰의 수사칼날이 전방위적으로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른팔·왼팔로 불리던 최측근의 연이은 구속에 이어 대장동 의혹의 핵심 당사자들은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감은 연일 증폭되고 있다. 이 대표가 과거 분신이라고 언급했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베일에 가려졌던 정진상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핵심 의혹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성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에 이 대표는 정진상 실장 구속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반발했지만 검찰발 대형악재는 민주당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이르면 연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와 관련, 대선 라이벌에 대한 정치보복이자 탄압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이 대표 최측근의 연이은 구속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석방된 대장동 의혹의 핵심 당사자들이 하나둘씩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이 대표는 더욱 곤궁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남 변호사는 “2015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대선 때와 진술이 달라진 것에 대해 “1년 전에는 이 대표가 지지율 1등인 대선후보였고 나는 그쪽에 대선자금까지 준 상황이어서 말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태도다. 특히 지난 25일 법정 증언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김만배씨를 끌어들인 것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설득하기 위한 로비용이었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출소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도 이 세계엔 의리 그런 게 없다. 숨길까 생각했는데, 다 말하겠다며 이 대표를 향한 압박과 폭로 수위를 높여왔다.

이밖에 대장동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대관로비 역할을 맡았던 김만배씨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폭로 대부분이 김만배 씨의 전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는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며 의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씨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에 이어 추가폭로에 나설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비공개  의총 마치고 나오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 뉴시스
비공개 의총 마치고 나오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 뉴시스

사법리스크 공개퇴진론까지친명분화속 친문 몸풀기

검찰의 수사상황을 종합하면 대장동 의혹수사의 최종 도착점은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대선패배와 지방선거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이 대표를 선택했다. 다만 이 대표는 8월말 전당대회 압승 이후 민주당의 수장으로 올랐지만 취임 석달여 만에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문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후폭풍이다. 이는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해묵은 논쟁이다. 대표가 검찰수사에 시달릴 경우 대표 개인에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당 전체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물론 민주당은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표면적으로는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를 신설, 당 차원의 총력대응을 선언했다. 윤석열정부가 검찰권력을 앞세워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분노다. 이 대표도 검찰 독재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의 물밑 기류는 다소 미묘하다. 과거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대해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최측근의 구속은 검찰수사의 정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 거 아니냐는 해석 탓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의 정치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똘똘 뭉쳐있던 친명계는 분화 조짐이 뚜렷하다. 과거와 같은 단일대오로 이 대표에 대한 적극적인 엄호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및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의견을 달리했던 핵심 인사들과 다소 거리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침묵하면서 2선 후퇴해있던 친문계는 서서히 몸풀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단일대오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최근에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이 대표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비주류였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이었던 김해영 전 의원이 이 대표의 공개퇴진을 촉구한 데 이어 이 대표를 향한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조응천 의원은 최측근이 연이어 구속된 데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라는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라고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용진 의원도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하는 개정 당헌 80조를 예로 들며 김용 부원장이 기소됐으니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 아닌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왔던 친문계 의원들 상당수 정중동 행보 속에 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낙연·김부겸 역할론 솔솔대표거취놓고 혼란 불가피

민주당 안팎의 미묘한 분위기는 최근 흘러나온 이낙연 전 총리의 조기 복귀설로 정점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이 침몰하는 상황은 최악인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차기 총선 승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 유지가 어렵다면 과감하게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이 대표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정치생명 최대 위기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연일 정면돌파를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맹비난하며 본인과 주변의 계좌 추적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언제든지 털어보라. 그러나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쇼하는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검찰의 창작 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냐, 사실을 조작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검찰수사가 부당한 정치탄압인 만큼 사퇴할 이유도 없고 사퇴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사법리스크의 현실화에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대선 경선 당시 라이벌은 물론 유력 차기주자들이 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실상 몸풀기에 나선 것이다. 정치무대 전면 등장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현 이재명 대표로는 어렵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대선 이후 미국에서 장기 연수중인 이낙연 전 총리의 조기 귀국설과 문재인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 김부겸 전 총리 역할론이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 측에서는 내년 5월로 예정된 국내 귀국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정권교체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김 전 총리는 통합형 리더라는 이미지가 강점인 만큼 친명 vs 비명구도의 계파갈등을 중재할 적임자로 여겨진다. 정세균 전 총리 역시 호남에서의 잠행을 거듭하면서 핵심당원들의 의견을 청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의 간판얼굴은 97세대의 상징인 박용진·강훈식·강병원 의원 등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이 30대 중반의 이준석 전 대표를 내세워 정권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일종의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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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내년 초 이후에는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계파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개딸로 상징되는 이 대표의 열혈 지지층이 비명계를 난타할 경우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분당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당 창당으로 분당된 것과 유사하다. 우여곡절 끝에 갈등을 봉합한다 해도 심리적 분당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재선 이후 경기지사 당선과 대선출마 등을 통해 정치적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검찰발 사법리스크의 여파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윤석열 대통령의 크고작은 실수와 저조한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대표가 좌고우면하지 않는 특유의 정치적 돌파력과 개딸로 상징되는 열혈 지지층을 앞세워 위기돌파에 나서겠지만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내몰렸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대표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로 위기가 번지고 있다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계파갈등이 증폭될수록 민주당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 분당의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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