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시각적 표현 위주의 디자인이었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사회를 이끌었던 제조업 위주의 산업화 시대는 전통적 디자인의 시대였다.

전통적 디자인이란 지금까지 광고나 매장의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으로 불렀던 디자인을 말한다. 전통적 디자인 시대에서 관심을 두었던 것은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접점이 디자인 대상
- 음식점 본원의 맛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이제는 서비스 산업의 시대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다변량 소량 생산의 시대다. 서비스 시대에서 서비스디자인은 전통적 디자인과 달라져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서비스에 대한 감성적 경험 위주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터치 포인트가 중시되며 경험을 포함한 유ㆍ무형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접점이 디자인 대상이다.

- 외식소비시장의 주된 고객

한국의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 나이의 소비자들을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소비자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 익숙했던 이들은 현재 외식소비시장의 주된 고객이기도 하다.

흔히 워라벨, 가심비, YOLO, 소확행, N포 세대라는 트렌드로 이야기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솔로-이코노미를 이끌고 있으며 1인 가구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전체가구 중에서 1인 가구가 40%를 넘어서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외식시장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혼술, 혼밥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배달과 간편식의 소비가 늘면서 술집이 하루에 10곳씩 문을 닫는다는 신문 기사도 있었다. 개인화된 소비자들이 음식점과 주점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점이 음식만을 팔아서는 생존하기 힘들게 되었다. 음식을 포함한 새로운 것을 팔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소비 경험이다. 집으로 숨어버린 소비자들이 음식점으로 나오게 만들려면 음식점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소비경험, 브랜드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들과 공유하는 소비자다. 그들이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허기를 면하기 위함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음식점들은 단순한 맛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소비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점포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도시를 떠나는 것만이 권태와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다. 인간은 감각하는 동물이다. 새로운 경험과 기억은 감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오감의 자극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기억이 만들어진다.

음식의 맛도 미각을 포함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기억 같은 총체적인 경험으로 뇌가 만들어내는 영화와 같은 가상현실이다. 음식점은 감각적 장치를 총동원해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음식 맛을 혀끝으로만 만들 순 없다.

음식점들은 청각적 자극인 사운드스케이프, 음악의 빠르기를 이용해 분위기를 일상과 차별화할 수 있다. 후각적 자극인 음식의 냄새와 인공적인 향으로 음식점을 외부와 단절시킬 수 있다.

시각적 자극인 빛의 색온도와 조명기법을 이용해서 시간의 빠르기와 온화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생태적 호감인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색의 감성적 특성을 이용하거나 촉각적 자극인 무게감과 압각을 통해서도 새로운 경험은 가능하다. 

- 새로운 소비경험 만들어 내야

이제 음식점의 본원적 기능인 음식의 맛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음식의 맛을 포함한 새로운 소비경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고객이 일상에서 벗어난 소비경험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의 숲속 풍경사진, 인공조경을 설치해서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일상을 벗어난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음식점에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적용하면 더욱 좋다. 음식의 국적과 브랜드 분위기에 맞는 에스닉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일상을 벗어난 경험에 중요할 것이다. 서로 다른 템포와 장르의 음악은 음식의 맛과 경험을 높일 수도 있고 소비경험을 전혀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음식은 단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바닐라 같은 향을 추가하여 맛을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카페나 베이커리 같은 음식점들도 강한 음식의 향으로 고객들이 지루한 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일상을 차단하는 작업이야말로 래점 고객의 지속적 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가치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하며 이는 결국 우리 매장의 충성 고객으로서 파레토법칙(2:8의 법칙-20%의 고객이 그 매장 매출의 80%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이론)에 귀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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