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는 등 검찰의 칼날이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인해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구심까지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친명 VS 비명 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이재명 지우기냐 VS 이재명 지키기냐에 따라 차기 총선 승리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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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친명 공천권 두고 격돌...승자독식 공방속 최종승자는
- 거야 부도덕성’, 여권의 무능론부각에 최종 유권자 선택은

여권에서는 친윤 VS 비윤, 야권에서는 친명 VS 비명 갈등이 불거지면서 여야 모두 최악의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유리한 쪽은 여권이라고 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전제조건은 이재명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내년 총선까지 버텨주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현재 정치권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내분이 오랫동안 지속돼야만 차기 총선에서 여권이 그나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총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생’ ‘경제강조한 , 사법리스크로 부각 안돼

실제 이 대표는 취임 후 민생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로 취임한 후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외쳤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낸 메시지에서도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걷겠다지난 100일은 국민과 당원의 간절한 열망을 받들고 변화와 희망의 씨앗을 하나하나 뿌려가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민주당은 실용적 민생 개혁,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민생과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국민이 준 권한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법리스크를 의식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언제나 국민과 당원을 중심에 두고 가장 민주당다운 길, 가장 이재명다운 길을 걷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민생·실용정당으로 만들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구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 대표는 전임 당대표와 달리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전임 당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등을 고려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 비전과 입장을 과감하게 제시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례적이다. 그런 그가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은 민생 메시지 대신 검경 수사 상황과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며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이 대표가 강조한 민생은커녕 민생정당 행보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 대표의 장점은 빠른 판단과 정면돌파 등이지만 대표 취임 이후 약화됐다는 느낌이라며 측근 구속이나 본인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친문 홍영표, 김진표 의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2.06.07.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친문 홍영표, 김진표 의원 등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2.06.07. 뉴시스

친명계 사법리스크 없다”, 공천권 앞세워 비명계 압박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계파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친명계에서는 이재명 지키기’,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친이재명계에서는 사법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임종성 의원은 사법리스크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야당 탄압을 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관련 사안은 기소도 안 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압수수색 등 240건 가까운 탄압을 받고 있다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 몸도 추운데 국가의 총체적 위기는 마음도 얼어붙게 한다윤석열 정부는 민생은 없고 오로지 야당탄압에만 몰두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대장동 4인방 입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일당과 재판에서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서로의 공방이 가열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대표 측도 사법리스크는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당시 네거티브 대응팀에 있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 대표에 직접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이 대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했을 때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친명계 내부의 기류다.

이 때문에 친명계는 이 대표가 당내 그립을 계속 강하게 쥐고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친명계 한 의원은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기류가 더 강한 게 사실이라며 이 대표는 검찰 소환 요구가 있을 경우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친명계는 이 대표의 차기 총선 공천권을 앞세워 비명계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특히 민주당 내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계인 데다 당헌 당규상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사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친명계 인사가 직무대행을 맡을 수 있다.

목소리 내는 비명계, “임계점 다가오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원욱 우정시민사회포험 상임고문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우정시민사회포럼 발대식에서 주먹인사 하고 있다. 2021.06.26. 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원욱 우정시민사회포험 상임고문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우정시민사회포럼 발대식에서 주먹인사 하고 있다. 2021.06.26. 뉴시스

반면 비명계에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을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체제로는 차기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비명계는 이 대표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비명계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임계점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달까, 이런 느낌이라며 물이 100도가 돼야 끓는데 현재 7080도까지 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검찰이 아직 이 대표 관련, 확실한 물증을 들이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7080도 정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지금 부글부글 끓는 파가 늘고 있다. 이 대표 이후를 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새로운 민주당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분당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 대표가 만약 공천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국민이 굉장히 감동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반전 효과에 대한 전략이 나올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또 당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는 정당이 되면 투명한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이 이 대표를 향해 연일 직격하는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비명계여도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향해 공천권 내려놓으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박 전 장관이 총대를 멘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연구원’ 2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전해철 의원도 최근 민주주의4.0에 친이낙연, 친정세균계 의원들을 새로 영입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여파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향후 당 운영과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시동이 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재명 구속 여부 따라 당내 갈등최고조 달할 듯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친명과 비명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갈등이 해소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 기준점은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는 야당 탄압으로 보고 이 대표를 비호할 것이고, 반대로 이 대표의 혐의가 가시화된다면 당내에서 반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에 따라 비명계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 등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이는 차기 공천권을 놓고 사즉생의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당의 최대 주주를 놓치지 않으려는 친명계와 주도권을 잡으려는 비명계 간 싸움은 내년 연말 차기 총선 공천권 다툼에서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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