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때아닌 한동훈 차출론이 국민의힘을 뒤흔들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차기 당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극도로 비판적인 유승민 전 의원의 승리를 미연에 방지하고 22대 총선 필승카드로 메가톤급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게 한동훈 차출론의 근거다. 특히 202422대 총선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민심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인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도 짙게 깔려있다. 이는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새피 수혈론과 물갈이론의 일환으로 보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총선 승리를 도모한다는 이른바 뉴브랜드론의 일환이다. 특히 한동훈 장관 차출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尹心)’이 실린 것인지 아니면 근거없는 낭설인지 설왕설래도 만발하고 있다. ‘한동훈 차출론을 둘러싼 미묘한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장관. 뉴시스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장관. 뉴시스

주호영발 한동훈 차출론부상에 국민의힘 갑론을박 확산
- 수도권·MZ세대 대표론 내세워 차기총선 필승전략 일환
- 한동훈 정치적 상품성 여전히든카드 사용 불씨 꺼지지 않아

현역 정치인도 아닌 한 장관 차출론이 급부상한 것은 국민의힘이 처한 내우외환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차기 대표로는 자천타천으로 당 안팎에서 여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22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승리를 담보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아울러 20대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급부상한 MZ세대의 표심을 얻기에는 국민의힘이 가진 기존의 노쇠한 이미지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여권주자 중 1위를 달리는 한 장관에 대한 구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물론 한 장관은 본인의 차출론을 둘러싼 혼선과 갈등에 대해 법무장관직에 충실하겠다며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한 장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주호영 쏘아올린 한동훈 차출론당안팎 갑론을박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하고,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차기 전대와 관련한 언급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차기 당 대표의 조건을 언급했다. 특히 현재 당권도전을 선언한 황교안 전 대표, 김기현· 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열심히 뛰고 있는 기존 당권주자들을 정조준하면서 새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주 원내대표가 강조한 3대 원칙은 수도권 민심 확보 MZ세대 표심 확보 안정적 공천 등이다. 맞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201620대 총선과 202021대 총선에서 수도권 대패 탓에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다수당 지위를 빼앗겼다. 특히 21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민주당에 180석을 내줬을 정도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주 원내대표의 언급을 워딩 그대로 이해하지 않았다. 사실상 한동훈 차출론을 공식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MZ세대에게 인기있는 수도권 대표는 전대 출마를 선언한 기존 주자가 아니라 한동훈 장관이라는 특정인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었다.

또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윤심이 실린 것 아니냐는 억측마저 뒤따랐다. 이는 주 원내대표가 지난달 25,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한남동관저 회동을 한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이 최근 관저에서 한 장관과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묘한 해석을 낳았다. 실제 한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은 정가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져있는 사안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선 뒤 차기 전대 및 총선 승리와 관련해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크고작은 반발과 갑론을박이 확산돼다. 특히 차기 전대의 공정관리에 전념해야 할 당 지도부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낸다고 반발했다. 원조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굳이 안 해도 될 말씀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주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장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차기 지도부의 자격요건을 MZ세대론을 강조한 것에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 부적절하다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을 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친윤 그룹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부인했다. 한 장관이 일을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의원은 한동훈 차출론과 관련, “아주 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 장관이 이제 장관직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금 당장 전대가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인데 시일이 촉박하다한 장관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중 의원도 장관과 당 대표 수행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당 대표로) 나와서 한다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다는 게 당내의 많은 의견이라고 전했다. 기존 당권주자들도 불편한 심경을 노출했다. 당권 도전을 열어놓은 나경원 전 의원은 당 대표가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한 장관에게는 험한 자리를 맡기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차출론 부인속 표정관리차기대권 지지율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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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의 갑론을박이 확산되면서 당사자가 직접 나섰다. 한 장관은 7일 국회 법사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 생각밖에 없다중요한 할 일이 많기에 장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차출설을 일축했다. 차기 당 대표 제안 여부에는 저에게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의 러브콜과 관계없이 장관직에만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난처해진 대통령실도 적극 해명에 뛰어들었다. 자칫하면 차기 당권경쟁에 윤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동훈 차출설은 윤심(尹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법무부 장관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당 대표 차출이냐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한 장관이 전대에 나서게 되면 후임 장관 인선과 이어질 인사청문회도 부담이다.

당사자와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차출론의 파문은 역설적으로 한 장관의 정치적 위상을 직간접적으로 증명했다. 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에서 21대 총선의 패배를 되갚기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가장 시급하다. 선거전략으로 수도권과 MZ세대를 강조하면서 중도 확장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당과의 크고작은 전투에서 후퇴없이 직진 앞으로를 외치며 날카로운 언변과 논리력으로 매번 승전보를 올려온 것도 한 장관의 강점이다.

여론조사 지형을 보면 한 장관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한 장관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중적 위상이 가장 급등한 대표적인 스타장관 출신이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한 것은 물론 본인을 향한 각종 의혹 제기에 나선 민주당 김의겸, 최강욱 의원 등과도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울러 서해피격 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정치적 체급과 위상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보수진영에서 자발적 팬덤까지 만들어지면서 한 장관의 정치적 위상은 수직상승했다. 오죽하면 정치경험이 전무한 한 장관을 놓고 보수진영의 차기 미래 주자로 육성해야 한다는 담론마저 들끓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 장관의 대중적 인기는 증명됐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 및 에이스리서치와 공동조사한 차기 지도자 적합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37.3%)에 이어 18.6%를 얻어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유승민 전 대표(8.0%), 오세훈 서울시장(7.9%), 홍준표 대구시장(7.4%),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4.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3.3%) 등 여권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들을 모두 눌렀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만 한정시키면 한 장관의 경쟁력은 더욱 돋보인다. 한 장관은 40.2%1위를 차지하면서 오세훈 시장(16.1%), 홍준표 시장(12.1%), 안철수 의원(7.1%), 원희룡 장관(6.3%), 유승민 전 대표(5.2%)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모두 앞섰다. 지역별 세부지표도 나쁘지 않다. 한 장관은 차기 총선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은 물론 보수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하면서 기존 여권 주자들을 모두 눌렀다.

30대중반 0선당대표 이준석정치초보 대선직행

해외순방 마치고 마중나온 이준석 대표와 악수나누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해외순방 마치고 마중나온 이준석 대표와 악수나누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한동훈 차출론이 태풍으로 진화할지 찻잔속 태풍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보다 분명한 것은 정치지형의 유동성이 커질수록 윤심을 타고 한동훈 차출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 장관이 더 큰 역할을 맡아서 차기 총선 승리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이라는 1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차출론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유승민 전 의원의 당권장악을 막아내고 22대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는 계산이 선다면 한동훈 차출론은 언제라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비윤이 차기 전대에서 승리해서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에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국민의힘 선거결과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기존의 정치문법보다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정치경력이 오래되거나 현역 의원 여부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2021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30대 중반의 0선 당 대표라는 한국 정치사의 혁명이 탄생했다. 정치평론가 수준의 풋내기로 치부했던 이준석 전 대표가 원외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를 지낸 다선 중진인 나경원 전 의원을 꺾는 이변이 탄생한 것이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이후 보수궤멸론이 유행했던 국민의힘은 마침내 정권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20대 대선 도 마찬가지다. 조국사태 이후 공정과 상식을 키워드로 국민적 신망이 높았던 윤 대통령의 경우 정치초보라는 핸디캡이 컸지만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87년 체제 이후 국회의원 경력이 없던 대통령이 없다는 정치권의 속설도 깨진 것이다. 마찬가지로의 논리라면 여의도정치 경력이 전무한 한 장관이 국민의힘 차기 전대에 나설 경우 기존 정치문법을 깨뜨리면서 파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법무장관직 수행으로 정치적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장관의 경우 2024년 차기 총선 출마를 거쳐 여의도 정치권 진입이라는 프로세스가 가장 일반적 전망이었다난데없는 한동훈 차출론은 당 안팎의 반발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윤심(尹心)의 움직임과 여론지형의 흐름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차기 전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당권장악 가능성이 커지거나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구원투수한동훈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심과 여론의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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