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책임 떠안는 것...이호진 회장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경제시민단체의 일침을 가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1일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는 대주주의 책임을 대신 떠안는 것"이라며 "검토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제단체 일침, 사측의 반응은

태광산업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제개혁연대 따르면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발행당시 기준 약 557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5년 만기 시점을 앞두고,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게 되자 지난달 1일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를 사실상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여 채권시장의 자금경색 및 금융 불안이 더 심화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흥국생명은 관례대로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을 뒤집었고, 임시방편으로 시중은행 등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4000억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계열사가 지원했다. 

흥국생명은 12월 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을 위한 정관변경안 처리했는데, 이는 “2023년부터 도입되는 신 지급 여력제도(K-ICS) 등에 대응하기 위해 태광그룹으로부터 전환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4000억원 유상증자(상환전환 우선주 발행)에 참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9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유상증자 참여에 관하여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주주도 아닌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흥국생명의 대주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른 계열사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주주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그 근거가 분명하고 타당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태광산업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전 회장 등 지배주주를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불분명하지만, 흥국생명의 대주주들은 사재출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이는 이 전 회장 등 흥국생명 대주주가 져야 할 책임을 태광산업이 대신 부담하는 것이며, 사실상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흥국생명을 계열회사가 지원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 유상증자 참여 방안 즉각 중단해야

현재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56.3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지분 100%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법인주주로는 대한화섬(10.43%), 티알엔(2.91%), 일주학술문화재단(4.70%) 등이 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을 합하면 54.53%이다. 비록 이 전 회장이 현재 경영 일선에서 떠난 상태이지만 지배주주로서 태광산업과 태광그룹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따라) 현재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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