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여권의 최고 실세를 흔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라고 부른다. 이 같은 조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과 갈등을 겪었던 이준석 전 대표가 만들어낸 용어다. 여권 내 윤핵관의 대표주자를 꼽자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들 수가 있다. 한동안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왔던 장 의원이 최근에는 여야 모두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키우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동료의원과 악수나누는 장 의원. 뉴시스
동료의원과 악수나누는 장 의원. 뉴시스

장제원, 야당은 물론 여당 지도부에까지 거침없는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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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실세과시인가 충정인가장제원 언행 두고 평가 엇갈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하자마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장 의원은 당의 공식 라인의 견제를 받으면서 여권 내 권력 구도에 있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으로부터 윤핵관으로 지목되면서 당내 갈등의 진원지라는 공격을 받게 되자 그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대선을 임박해서 다시 등장했다. 대선 막판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받아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과의 단일화 협상을 주도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는 비서실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장 의원의 당내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국민의힘 친윤 그룹은 이준석 사태등이 휘몰아치면서 이준석 전 대표 측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또 장 의원은 윤핵관의 또 다른 인물인 권성동 의원과의 갈등설에도 휩싸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실 인사 개편 과정에서 장 의원 측근들이 대거 물갈이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의 정치력에 회의를 느낀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 윤핵관대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몇몇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2선 후퇴선언 장제원, 재존재감 과시윤심업었나?

이에 장제원 의원은 지난 831‘2선 후퇴를 선언했다. 당시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당의 혼란 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국회)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장 의원은 한동안 언론에 정치적 언급을 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장 의원의 언행을 보면 이 같은 ‘2선 후퇴선언은 망각의 세계에 빠진 듯하다. 장 의원은 자신이 여권의 최고 실세임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를 향해서까지 독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의원의 언행이 전환기를 맞은 시점을 곰곰이 따져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1025일이 기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장 의원을 보자 다가가 어깨를 두 차례 툭툭두드린 뒤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장 의원을 여전히 자신의 최측근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 공개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후 지난 11월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 이전에 윤 대통령이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등 윤핵관’ 4인방 의원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회 예산시정연설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장의원. 뉴시스
국회 예산시정연설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장의원. 뉴시스

윤 대통령 스스로 장 의원을 필두로 한 윤핵관들이 여권의 실세임을 증명한 것이다. 크게는 이 두 사건을 기점으로 장 의원은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을 등에 업은 듯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1월 국회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자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라고 작심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최근 차기 당대표 및 지도부의 자격론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는 굳이 안 해도 될 말씀”,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등의 비판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비판을 가했다. 또 장 의원은 야당을 향해서도 강경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지난 7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이상민 탄핵 정치쇼를 종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제 식구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인가, 수사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며 경찰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장제원 언행 두고는 옹호론비판론양분

장제원 의원이 이 같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정치권에서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충정심에 발로라는 옹호론과 실세 과시라는 비판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당 내에서도 직접적인 불쾌감이 표출되면서 또 다른 여당 분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심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지 그게 왜 심판으로 해선 안 될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장제원 의원이 차기 당권 기준을 제시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스스로 디스 하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고 불편한 속내를 표출했다.

야권을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3CBS 라디오에 출연해 장 의원의 언행에 대해 자기과시형 퍼포먼스라고 볼 수밖에 없다내가 실세야. 내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야. 내가 여러 가지로 작업을 하고 내가 미는 사람이 당대표가 될 수가 있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원들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에 주목해. 결국 내가 만든 당대표와 내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그러한 힘·자기 과시가 지금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장 의원이 지도부의 국정조사 합의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이런 분이 정치하는 게 정말 우리나라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박원석 정의당 전 정책위의장도 라디오 방송에서 “(장 의원은)오직 권력자만 쳐다보면서 그 권력자에 기생해서 이른바 윤심 팔이를 하는 삼류 정치인이구나, 저는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반면 장 의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장 의원의 최근 나온 발언들은 당에 대한 충정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후보들에 대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것은 당 전체를 흠집내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본인 의사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당이 국정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본인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충정심에서 나온 자기 소신 발언을 너무 지나치게 전당대회와 엮어서,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의총장에 참석한 권성동 의원과 장의원. 뉴시스
의총장에 참석한 권성동 의원과 장의원. 뉴시스

김기현-장제원 연대는 권성동 띄우기용?

이와 함께 윤심을 얻어야 하는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장 의원과의 친밀감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당권 경쟁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만일 향후 장 의원이 김 의원을 지원하게 된다면 친윤 그룹 내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동시에 김-장연대가 권 의원과 친윤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PK(부산·울산·경남)를 대변할 수 있는 장제원 의원과 협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생각하는 것이나 정책 방향 등에서 서로 간에 공감되고 코드가 맞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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