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프연임 방지법 추진...뜨거운 감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추진과 관련해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연임제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새로 선출되는 회장부터 개정안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윤준병 의원,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발의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시·고창군)은 지난 19일 농협중앙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고,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법률 개정 당시의 회장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준병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농업협동조합 관련 제도를 보면, 중앙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책임규정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중앙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일치시키기 위해 이사들과의 연대책임을 새로 규정하고, 농협경제지주회사의 농업경제대표이사?축산경제대표이사, 그리고 농협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등도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농협중앙회와 농업경제지주회사 및 농협금융지주회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개정법안의 기본취지를 밝혔다.

윤 의원은 “중앙회장에 대한 직선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공정한 선거운동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들이 아직도 정비되어 있지 못하므로 이를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앞으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가 도입되더라도 현직 중앙회장의 ‘셀프연임’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연임제는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선출되는 중앙회장부터 적용되도록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도 지난 11월 29일에는 농민단체와 노조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임제 문제를 조명하는 공론의 장이 국회에서 마련됐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농민조합원 없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화순)은 “45년 만의 유례없는 쌀값 폭락 사태에서 중앙회장의 제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농민의 분노가 컸다”며 “게다가 그간 권력을 분산해온 농협 개혁 흐름과도 맞지 않아 ‘책임과 합법적 권한은 전혀 없는데 위상만 강화된 기이한 괴물 중앙회장의 출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조합장 직선제 개정안이 조합원과 회원조합의 주권과 중앙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이라면, 연임제 개정안은 비공식적 권한과 위상이 비대해진 괴물급 중앙회장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직부터 적용할 경우 줄 세우기, 조직 동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연임제를 재도입할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한지, 이게 시급한 과제인지 의문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호 단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선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부위원장,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김기태 前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 "비대화된 괴물급 중앙회장 만들 수도" 우려

전국 지역농협 조합원들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 반대 및 농협법 개정안 야합 처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 선출이 조합장 간선제로 치러지면서 선거철만 되면 농협중앙회장과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과의 그들만의 어두운 커넥션이 항상 있어 왔다"며 "이러한 폐단은 전국 지역농축협조합장 직선제로 바뀐다 하더라도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동맹은 그 조직만 더 커진 것일 뿐 본질적인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이어 "그 이유는 농협중앙회장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권력과 더불어 각 지역농축협에 대한 감사권, 무이자자금지원권한 등 지역 농축협의 경영 및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민 위원장은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농민조합원 직선제가 먼저 논의되고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농협중앙회가 진정 농업과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09년 1100여개 전체 조합장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 방식에서 293명의 대의원 조합장만 투표에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3월 모든 조합장이 총회에서 농협중앙회장을 뽑도록 '직선제'를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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