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목표를 이뤄 연임 명분이 확실하지만 지난달 라임펀드 제재(문책 경고)가 확정돼 소송 없이는 연임이 어렵다. 이에 손 회장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 손 회장 연임 또 경고한 당국…김주현 "중징계는 정부 뜻"
- 우리금융 이사회 "손태승 회장 거취, 내년 1월에 결정"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중징계(문책경고)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에는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업무 일부 정지제재를 내렸다.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등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및 퇴직 임원 문책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 일부 정지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재로서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장에 위탁된 임직원 제재는 금융감독원에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전 우리은행장)에게 문책 경고 제재 처분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고 금융위에 제재안을 보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다. 손 회장이 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문책경고 취소 청구 소송 제기 등을 거쳐야 하는데 사법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 금융위 압박 부담..."CEO가 라임사태 책임져야"

금융당국과 경제단체 등이 손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손 회장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규제혁신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해 “(CEO의) 책임이 있다고 감독 당국이 명확하게 판정을 내렸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일반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을 겨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상식적인 말 아니냐”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당국은 판결로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본인(손 회장)이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잘 알아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구조적 내부통제 미비 눈 감은 손태승 대법원 판결 유감' 논평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불완전판매와 금융소비자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행장이었던 손태승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써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게 됐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내부통제를 통해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하고, 금융회사 건전성을 높이려는 금융사지배구조법(제24조)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를 이행했는지 따져야 한다면, 당연히 실효성 있는 운영이나 작동을 핵심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오히려 법원은 내부통제의 ‘마련’과 ‘운영’을 엄밀히 구분한 뒤, 금융회사 임원에게 내부통제를 마련할 책임을 넘어서서 실효성 있게 운영하거나 준수할 책임까지 제재를 통해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손 회장은 최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또다시 제재(문책경고)를 받았다"며 "따라서 손 회장은 연임을 시도할 자격도 명분도 없다"고 일축했다. 

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도 공동성명을 내고 "(손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대표이사의 감시 의무와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에 관한 법리를 망각한 채 '금융사지배구조법'의 문언을 지나치게 편협하게 해석했다"며 "▲이 법의 입법 취지나 금융감독 이론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렸다는 점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운영실태나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보다 적극적이고 보완적인 법률 해석을 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크게 개탄한다"고 했다. 

이어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금융사고 방지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본질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거취 관련 결정은 내년 1월에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임 제재와 관련해 우리금융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회는 DLF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이 최종 승소한 데 대해서도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현명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상용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16일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손 회장이 이사회에 직접 의사나 연임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면서 "내년 1월이 돼야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 여론 추이 살핀 후 라임 사태 소송 또는 거취 입장 밝힐수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살핀 후 라임사태 관련 소송에 나서는 등 거취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서 모두 승소한 전례가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라임 사태도 DLF와 같은 대응 논리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관 대법관)는 “우리은행이 ‘집합투자상품위탁판매업무지침’ 등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 거기에 법정 사항을 모두 포함했고, 내부 통제 기준의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금감원이 지적하는 여러 사정에도, 손 회장을 내부 통제 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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