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포함된 두 번째 특별사면을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고 밝혔다.

어떤 국가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하면 사상누각(士喪)이 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아직도 국민통합과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한 과제이다.

지난 12월 21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 추진성과 및 전략 보고회를 개최하여 ①다양성 존중, ②사회갈등 및 양극화 해소, ③신뢰에 기반을 둔 공동체 실현, ④국민통합 가치 확산을 4대 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윤석열정부표 국민통합을 만들겠다고 했다.

고대 삼국통일전쟁은 국제전이었다. 삼국 외에 당과 왜가 참전했으며, 돌궐·철륵·해 등 북아시아 유목국가들이 당군의 일원으로 동원됐다. 거란과 말갈은 일부는 고구려에, 일부는 당에 가담해 전투에 참여했다.

설연타(몽골의 유목민 국가)는 고구려와 연합해 오로도스 방면에서 당과 전쟁을 벌였으며, 신라는 토번(吐蕃, 티베트)이 실크로드를 놓고 당과 전쟁을 벌인 국제정세를 이용해 당을 선제공격,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냈다(676년).

태종무열왕은 통일전쟁으로 피폐해진 삼국 백성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국민통합’을 고민했다. 고구려·백제 유민들이 신라인들과 하나 되기 위해서는 민족 정체성 확립과 사상 통일이 절실했다. 여기에는 불교대중화(‘민중불교’)가 필요했고, 그 적임자가 ‘통합의 대가’인 원효(元曉, 617~686) 스님이었다.

원효는 617년 압량군(경산) 불지촌(佛地村)에서 설담날의 아들로 태어났다. 15세에 불교에 입문하여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통달하였다. 당시 그를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상대(萬人之敬만인지경)’라고 기록하고 있다.

원효는 “수허몰가부(誰許沒柯斧) 아작지천주(我斫支天柱)”,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겠는가? 내가 하늘 떠받칠 기둥을 깎아보련다!”고 노래 부르며 서라벌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태종무열왕은 ‘대사가 귀부인을 얻어 어진 아들을 낳으려고 하는구나.’라고 간파하고 과부가 된 둘째딸 요석공주를 원효와 혼인시켰다. 원효는 설총을 낳은 뒤 속인의 옷으로 갈아입고 스스로 ‘소성거사(小姓居士)’라고 불렀다.

원효는 큰 표주박을 만들어서 ‘무애박’이라 이름 짓고 무애행(無碍行)을 실천, 승속불이(僧俗不二)의 자유로움을 구가했고, ‘나무아미타불’만 외우면 누구나 극락에 갈수 있다고 설교하여 불교대중화에 기여했다.

불교의 새로운 새벽을 연 원효의 ‘일심(一心)·화쟁(和諍)사상’의 키워드는 ‘무차별·화합’이다. ‘일심사상’은 인간은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일심사상이 구현된 세계를 ‘정토(淨土)’라 했다. ‘화쟁사상’은 다양한 종파의 여러 주장들을 하나로 조화시키는 사상이다.

중국으로 유학 가던 중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이구나(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라는 깨달음을 얻고 도당(渡唐)을 포기한 원효는 686년 70세로 입적(入寂)했다. 그는 77부 15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 작업을 통해 대승불교를 집대성했으며, <대승기신론소>와 <십문화쟁론> 등은 중국·일본은 물론 인도에까지 전해졌다.

시공을 초월한 ‘일심·화쟁사상’을 시대정신인 국민통합에 원용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라 십성(十聖)의 한 사람으로 한국불교 역사상 최고의 사상가인 대승(大僧). 원효 스님의 ‘국민통합 정신’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渡唐未留忽明醒(도당미유홀명성) 당에 유학가지 않고 홀로 밝은 깨우침을 얻어

啓導三民大晏寧(계도삼민대안녕) 삼한 백성들을 계도해서 큰 태평함을 가져왔네

無碍單娑街敎化(무애단사가교화) 거침없이 홀로 춤추며 거리에서 교화하여

小瓢皆敬巷恒星(소표개경항항성) 표주박(원효)을 모두 존경해 마을의 영웅이 되었네

一心淨土文化足(일심정토문화족) 일심으로 정토를 구현해 민족문화의 뿌리를 내렸고

和諍圓融統合亭(화쟁원융통합정) 화쟁 원융으로 국민 통합의 정자(이정표)를 세웠네

僧俗會通稱祖師(승속회통칭조사) 승속을 조화롭게 해서 조사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千村萬落說話形(천촌만락설화형) 수많은 촌락에서 (원효)설화가 형성되어 전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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