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뚝심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독 중국 앞에 서면 작아진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체통을 깎는다. 윤 정부의 체통 깎는 행태는 중국 반발을 의식한 미국 하원 의장의 한국 방문 홀대, 중국의 한국 내 불법 비밀경찰서 암약애 대한 소극적 대처, 중국 ‘공자학원(孔子學院)’에 대한 미온적 조치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유럽과 아시아 순방 중 한국을 찾았다.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 최고 지도자들이 펠로시를 만나 환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만 휴가 중이란 이유를 들어 펠로시를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인사했다. 이유는 중국이 화날 게 두려워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했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호되게 비판함으로써 중국을 크게 격분시켰기 때문이었다.

중국 앞에 서면 작아지는 윤 정부 저자세는 중국의 한국 내 불법 비밀경찰서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12월22일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방첩단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중식당을 중국의 한국 내 비밀경찰 조직으로 의심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중국의 비밀경찰 활동은 주권침해이자 내정간섭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이 우리 법과 국제규범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소통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타깃으로 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임 대변인은 중국이라고 딱 부러지게 지목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중국을 타깃으로 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라”고 흐렸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중국이라고 꼭 집어 지적도 못했다. 중국 앞에선 할 말도 못 한다.

일본은 12월18일 도쿄를 비롯한 두 곳의 중국 비밀 경찰서를 확인해 중국 측에 “주권침해”라고 항의하였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체코는 이미 비밀경찰서 폐쇄명령을 내렸다. 캐나다는 3곳의 비밀 경찰서를 적발, 중국 대사를 불러 수차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부는 “중국을 타깃으로 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라”며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저같이 결기 빠진 대응자세는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더더욱 얕잡아 보게 할 따름이다. 중국 앞에 서면 작아지는 윤 정부 외교행태는 12월1일 유엔총회 3 위원회에서 50개국들이 서명한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 규탄 성명에 불참했던 데서도 드러났다.

세계 곳곳에서 퇴출되는 중국 ‘공자학원‘에 대해서도 윤 정부는 소극적이다. 공자학원은 세계 160여 국에 540여 개가 설치되어 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 기관이지만 공산당 지령을 받는다고 한다. 자유민주 국가들의 자유개방 체제를 파고들어 공산당 첩보 역할, 선전도구 기능, 반중 여론 봉쇄, 중국민족 우월성을 선전하는 중화사상(中華思想) 확산 등의 전진기지로 이용된다. 공자학원이 아니라  ‘공작학원’ 같다. 그래서 미국과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호주 등에선 공자학원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퇴출시켰다. 지난 10월 취임한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영국 안에 운영 중인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공자학원 실태를 조사, 영국과 같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23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22개는 대학 구내로 파고들었다. 한국을 만만히 본 탓이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은 문화원을 대학 내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의 대학들도 학내에 설치된 공자학원을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공자학원의 불법·내정 간섭적인 행위를 철저히 조사,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윤 정부는 중국 앞에 서서도 작아지지 않는다. 당당하며 주권국가로서 체통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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