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마스크 착용 해제에 따른 조치"ㆍ노조 "반대"ㆍ시민 "성과급만 챙기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시중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방침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영업시간 정상화(오전 9시 개점)를 촉구하는 반면 금융노조는 30분 늦은 '9시 30분 개점'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가 '주 4·5일제 도입' 뜻까지 내 비취면서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시민은 이자놀이로 성과급까지 챙긴 금융권이 또다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됐다며 혀를 내차고 있다.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영업시간도 1시간 늘어날 가능성이 회자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과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이 만나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실무자 논의가 있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예상되는 만큼 더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노조와 협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권이 독자적으로 영업시간을 1시간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거리 두기 해제로 국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실내 마스크 해제 즉시 영업시간을 되돌리는데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내점 고객이 거의 없는 오전 시간 영업 개시는 현행대로 9시 30분에 하되 영업 마감 시간은 현행 15시 30분에서 16시로 늦추는 방안을 사용자 측에 제안했다"며 "하지만 사용자들은 은행 점포 폐쇄 문제에는 관심도 없던 금융감독 수장들의 말 몇 마디에 얼어붙어 '무조건적 과거 회귀'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노조가 제안한 오는 27일 TF 대표단 회의의 정상적 개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소비자 불편 외면 vs 점포 폐쇄 문제에 관심 가져야

금융노조의 영업 시간 정상화 반대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금융시민단체와 국회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0일 '소비자 불편 외면하는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통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함에 소비자의 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영업시간 단축을 철회하고 영업시간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로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은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은행 창구 통폐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방문할 수 있는 은행 점포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여전히 대면으로 해야 하는 업무처리에 소비자의 불편이 수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재 은행권의 영업시간 단축 등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금리상승으로 역대급 수익을 기록하고도 자신들의 이익과 업무 편의성을 위해 소비자의 권익은 외면한 처사라고 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은행권이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토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한 일침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이 공개한 '주요 시중은행 총급여 현황'에 따르면 2021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처음으로 모두 1억 원을 웃돌았다.

게다가 지난해 은행들은 고금리 상황 속에서 '이자장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성과급을 올리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

이에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은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은 급등한 대출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권은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진행된 임원 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달라"라고 전했다.

따라서 오는 27일 노사가 모여 협의하는 '시중은행 영업 시간 정상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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