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기관, “노조불법행위 엄벌하겠다” 전방위 수사 진행
- 노조, “노조죽이기 즉각 중단하라”성명..여론은 좋지 못해 

[일요서울 | 박재성 기자]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집단 파업으로 촉발된 윤석열 정부와 노조와의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끝나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듯 보였지만 윤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노동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천명했다. 행정기관도 움직이며 노조의 ‘불법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즉각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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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월5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관계 부처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도 2023년 핵심과제로 노조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법무부가 직접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노조 압박이 시작됐음을 짐작케 한다.

- 법무부가 나서고 법제처가 지원해

지난 1월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추진과제’를 윤 대통령에 보고했다. 이 중 세 번째 과제는 ‘반법치행위 강력 대응으로 법질서 확립’이다. ‘반법치행위’의 참고자료로 화물연대 총파업사태가 사용됐다.

법무부는 구체적으로 ▲국가경제와 국민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은 불법과 비타협 원칙에 따라 배후까지 엄단 ▲불법집단 행위자에 대한 사건처리 기준 강화 ▲산업현장에 만연한 채용강요·금품갈취·공사방해 등 집단적 이익 관철 목적의 ‘조폭식 불법행위’ 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법제처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법안에 대해서 ‘원스톱법률’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법제처는 국회 계류 중인 218건의 국정과제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심의를 지원하며 법안 지연 사유에 따라 그에 따른 처리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화물연대본부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화물연대본부 집단운송거부과정에서 관련 법 위한 혐의 사실관계 확인 차 화물연대본부 사무실 현장 조사에 나섰을 때 화물연대본부는 이를 방해했다. 

당시 화물연대본부는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하려 할 때 공무원들의 사무실 진입 저지, 조사 거부, 입구 봉쇄 등 합법적인 공무집행을 방해했다. 

- 건설노조 불법행위 뿌리 뽑는 국토부와 경찰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와 관련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들고 지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관계자들이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와 관련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들고 지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지시했다. 원 장관은 지난 1월12일 행복주택 건립 현장에서 “후진국 같고 무법 지대에 있는 조폭들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치는 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며 “국토부 관계부처와 경찰 합동팀을 만들어 전국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1494곳의 건설현장을 토대로 노조의 불법행위 접수를 받은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2070건이 접수됐고 최대 5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지난 1월13일까지 약 2주 동안 민간 12개 건설 분야 유관협회 등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했다. 

유형별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월례비 요구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조전임비를 강요한 사례가 567건이나 됐다. 3년 동안 발생한 피해액은 1686억 원에 달했으며 1개 업체당 많게는 50억 원까지 피해를 봤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불법행위로 공사가 지연된 건수도 329회에 달했으며 기간은 최소 2일에서 최대 120일까지 지연됐다.

국토부는 지난 1월25일부터 현장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노조 전임비 지급 강요 등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된 현장 가운데 상황이 심각한 곳부터 확인 중이다.

지난 1월19일 경찰도 국토부의 불법행위 조사결과 발표에 발맞춰 노동조합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민주노총·한국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을 포함해 노조활동과 관련한 자료와 물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포함 사무실 5곳, 지난해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건설산업노조 지역지부 사무실 3곳, 한국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한, 건설연대를 포함한 5개의 노조 사무실과 노조 관계자 주거지 등 모두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20여 명의 노조 전·현직 간부가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소속 조합원의 채용 강요 및 금품을 요구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공동공갈) 등을 받는다.

- 노조·진보당, 정부의 ‘노조 죽이기’ 즉각 중단하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를 압수수색한 지난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들이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를 압수수색한 지난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들이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민주노총은 경찰청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공안시대로 회귀하고 노조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로지 건설자본과 화주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서 건설, 화물노동자를 탄압하고 산업구조를 더욱 왜곡시키는 윤 정권의 반노동·반노조정책에 결연히 반대한다”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건설노조와 화물연대에 대한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한국노총도 지난 9일 정부의 입장에 성명을 발표하며 즉각 반발했다. 한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주체이자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때려잡아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는 정부와 그 어떤 대화도 협조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진보당도 논평을 발표해 윤 정부에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논평에서 “정부는 건설노조가 아니라 건설사 불법부터 때려잡아라”고 하며 “건설노조 불법이 아니라, 건설사의 불법이 노동자를 죽이고, 노동자 임금 떼먹고, 노동조합을 뭉치게 하고, 노동조합을 투쟁하게 하는 근원이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와 진보계의 성명·논평발표에도 분위기는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노조의 이런 행동에 강경 대응으로 응수하는 윤 정부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긍정 평가로 '노조 대응' 2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윤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강조했던 ‘법치’에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대응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윤 정권의 압박에 노조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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