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경제 위기를 틈타 성장한 산업군에서 연이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어 눈총이 따갑다. 우선 고유가와 정제마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룬 정유사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혹한에 난방비 폭탄을 맞은 서민과는 달리 에너지기업도 성과급 지급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PF로 이득을 본 증권사도 1000%대 성과급 잔치 소식을 알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신중론"을 설파하는 상화까지 초래한다. 결국 서민들은 허리 띠를 졸라매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의 시급성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월 31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PF 및 단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증권사는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과 현금 배당 등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증권사는 부동산시장 상황과 리스크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성과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감독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상 체계 적정성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금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일부 증권사가 성과급이나 배당금 지급에 나서려고 하자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이복현 원장 "증권사 성과급 지급 더 신중해야"

성과급 잔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가스ㆍ정유업계 임직원들이 최고 기본급의 1000~1500%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LS그룹 계열사 E1은 지난해 말 기본급 대비 15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SK가스도 높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도 가스업계와 상황이 비슷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기본급의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고, GS칼텍스는 기본 연봉의 50%를 이달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조만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돼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성과급에 가스와 정유 업계 조차도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이번 겨울 가스ㆍ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세금 급등으로 여론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 서민은 세금 폭탄 업계는 성과급 축포에 '경종'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동안 잠잠해졌던 '횡재세' 부과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25일 "정유사와 에너지 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이 입는 고통을 상쇄해 줬으면 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고물가, 고금리에 연이어 터진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 때문에 기초수급권자 뿐만 아니라 중산층 서민 모두가 매우 큰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전향적 취지로 발언을 한 만큼 서민 중산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과 그와 관련된 추경안 처리, 횡재세적 성격을 갖고 고유가 과정에서 이익 본 정유사에 대한 부담금 혹은 자발적 기금을 가급적 빨리 만들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전기료 폭탄을 맞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도 정부가 나몰라라 하면 그때는 별도의 횡재세 입법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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