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헤드 부실공사 털렸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주)(사장 황주호ㆍ이하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행정처분명령을 받았다. 본지는 행정처분명령서 사본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한다. 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 제172회 안전위원회 제2호 심의의결 안건(원자력관계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상정해 원자력안전법 제26조(운영에 관한 안전조치 등)를 위반한 한수원에게 18억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번 조치로 한수원 시설에 대한 안전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 한빛 5호기 정기검사중 발견된 ‘원자로 헤드’ 관통 관리부실 논란
- 자체 조사후 용접 오류 재발생...과징금 18억원 부과, 신뢰성 지적


본지가 입수한 안전위의 이번 처분은 한수원의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진 지 2년만의 처분이다. 한수원은 2020년 7월 한빛 5호기 정기검사 때 원자로헤드 관통관 84개 용접을 진행하던 중 시공 과정에서 2개가 규격에 맞지 않는 재질로 용접한 사실을 확인하고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이를 보고했다.

원자료 헤드는 격납건물 내부의 원자로 몸체를 덮고 잇는 둥근 형태의 금속제 뚜겅이다. 이 헤드 안에 시공해야 할 관통관은 핵분열 제어에 필요한 제어봉을 원자로 헤드에 삽입할 때 쓰인다. 원자로 헤드는 냉각재가 들어 있어 헤드와 관통관 사이에 틈이 없도록 꼼꼼히 용접해야 한다. 그러나 헤드에 들어가는 69번 관통관 용접에 부식에 강한 니켈 특수합금 제품인 ‘alloy 690’ 재질이 아닌 스테인리스를 쓴 것이다. 원자로는 핵 연료봉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부실하게 만들어질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원안위 지역사무소는 한수원에 작업 중지와 기존 용접부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한수원은 추가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 자체조사도 부실하게 진행 의혹

하지만 다음 해 부실 정비 의혹이 제기돼 원안위가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용접재료 사용 잘못뿐 아니라 작업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자격 용접사가 작업해 모두 11곳을 재시공해야 하는 기술기준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또 한수원이 전수조사를 시공사에 맡기고는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원안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원자력안전법 26조를 위반했고, 자체조사 이후에도 여러 관통관에서 용접 오류가 발생해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1회 위반에 해당하는 과징금 12억 원에 50%를 가중한 18억원을 부과했다. 

원자력안전법 제26조 제1항은 발전융원자로 운영자가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 시설을 운영할 때에는 인체ㆍ물체 및 공공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 

원안위는 행정명령서에서 "한수원이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용접 특별점검 결과 원자력안전법 제26조 제1항을 위반했기에 행정처분을 내린다"며 "한빛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 시 영접절차시방서 미준수수와 무자격자의 수동용접 수행 등 가동 중 점검에 관한 조치 위반"을 처분이유로 밝혔다.  

[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번 조치에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2021년 1월 원자로 헤드 용접을 부실하게 하고 이를 허위 보고한 혐의로 한수원과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 하청업체 직원 등을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는 한수원과 시공사는 무죄, 하청업체 직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광주와 전남, 전북의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2021년 1월 '한빛 5호기 중대과실 시공사와 계약유지하고, 추가계약한 한수원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 한수원 한빛 5호기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를 보수용접하는 과정에서 3개의 관통관을 부실 용접한 두산중공업을 계약위반으로 판단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부실 용접 사실을 시행사인 한수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서 조작 의혹까지 있어, 두산중공업의 잘못으로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안전위 또한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부실용접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에서도 시공업체의 중대한 과실로 공사, 납품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에는 계약 해지, 계약금 몰수, 구상권 청구, 재입찰 제약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수원이 계약 당사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이러한 행위는 커녕, 스스로 고소까지 진행한 두산중공업과 추가계약을 맺고, 같은 용역수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고 주장했다.

- 한수원, 시공오류 재발 방지 약속

한수원 시설에 대한 안전 우려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과거 발표한 성명에서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용접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은 공익제보에 의해 알려져 조사가 시작됐다"며 "만약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자로 헤드의 부실용접 사항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상태로 한빛 5호기가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제보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핵발전소의 안전한 운영, 관리감독, 규제 전반의 실종을 보여주는 총체적 난국이다"라며 "핵발전소는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라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넘어가버리면 언제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최소한의 안전성이라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안일하고 관행적이며 폐쇄적인 체계를 바로잡고, 전문성·합리성·공정성·투명성·신뢰성·도덕성에 기반한 운영·관리감독·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한수원 측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건 이후 작업자 교육 강화, 작업 녹화영상 독립확인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운영중이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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