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저자 J.B.매키넌 / 출판사 문학동네

자발적 간소함 추구하는 자유 소비 시대 열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던 시대가 있었다. 역동적인 경제 성장만을 맹목적인 목표로 삼았던 과거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얼마나 돈을 쓰게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 소비문화가 환경문제에 관여하는 연결고리는 학문에서나 다루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지구 자원을 훨씬 더 적게 사용해 이산화탄소 오염을 줄이려는 국제적 공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녹색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빈도를 높여 물질을 재순환시켜  에너지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 이래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 줄어든 사례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해 전 세계가 쇼핑을 멈추었을 때뿐이다. 

실제로 2020년 초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소비문화의 문이 막히자 대부분의 국가의 탄소오염이 5분의 1에서 4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사고 또 사는 소비가 미덕이며 의무인 세상에서는 벌고 쓰는 순환 고리의 고달픈 분주함이 일상이 됐다. 적나라한 지위경쟁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셜미디어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넓은 집과 화려한 옷, 자동차는 심각한 환경 파괴 결과물이 아닌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고 의식흐름을 각인시킨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냐의 여건이 성공의 잣대가 되었고 돈 많은 부자가 하는 말이 양심을 벗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타당한 가치로 평가받기 일쑤다. 

저자 J.B. 매키넌의 신간 ‘디컨슈머’에서는 인류가 지구자원을 더 적게 소비하는 패턴 양상이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에 미치는 변화를 예측했다. 책은 “인류는 소비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긍정적인 답변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무한 확장에 얽매인 경제의 속도를 늦추면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 나타난 더욱 완만한 성장의 추세에 다시 합류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저소비사회에서 생활의 안정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노동을 줄여 유의미한 일을 늘리려는 시도가 가능하다고 짚어준다. 소비를 줄인 세상에서 자연으로 여행한다면 살아 숨쉬는 생물종이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작은 마법 같은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알렸다. 

총 4부 21장으로 꾸며진 책에서는 조짐, 균열, 적응, 변화라는 커다란 주제 속에서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시나리오에서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밤의 시간에 익숙한 디컨슈머가 탄생한다고 바라본다. 사지 않는 권리는 소비자의 자유라고 표현한 저자는 더 이상 소비자는 무분별한 소비가 아닌 자발적 간소함을 추구하는 풍성한 고요함을 즐기는 방랑자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처음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무엇을 찾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소비의 딜레마를 넘기는 방법에 대한 여러 상충하는 비전이 마구잡이로 쏟아질지도 몰랐고, 소비의 딜레마에서 헤어날 방법이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공간을 가로질러 여러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인류가 소비를 멈출 때마다 몇몇 주제가 되풀이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이 패턴이 소비를 멈춘 세상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가능할지를 넌지시 알려주었다. 과거와 현재의 흔적에서부터 미래의 윤곽을 그려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 온 저자는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재임 중이다. 소비자 이슈와 생태학 관련된 글을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요커, 애틀랜틱에 기고 중이다. 

한편, 저자는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 상영된 인간의 도시문명이 야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베어 71’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로는 자연세계의 복원을 다룬 ‘잃어버린 야생을 찾아서’ 로컬푸드운동의 기폭제가 된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전 세계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여기 산다’ 등이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피터 자이한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저자 박구용의 ‘자유의 폭력’, 저자 우치다 다쓰루의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