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강화 ‘약침 치료’ 병행 기혈순환에 효과적

낮 최고기온이 20도 중반까지 오르는 때 이른 따뜻한 날씨다. 삼사오오 가족, 친지, 연인들과 봄나들이를 떠나고 싶은 설렘이 가득한 요즘, 한편으로는 창문 밖을 보면 황사가 수놓은 뿌옇고 노란 하늘에 외출을 망설이게 된다. 코로나 19로 힘들게 버텨온 마스크 일상을 이젠 탈피하나 했지만 황사, 미세먼지 주의보가 뜬 날씨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밖으로는 도저히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매년 중국발 유입되는 황사에는 미세먼지, 꽃가루, 중금속을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 등 알레르기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봄철 건강의 최대 적으로 꼽힌다. 황사에 들어있는 중금속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아토피나 피부 트러블, 탈모, 결막염, 두통,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일상생활 전반의 황사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오염이 심화되면서 황사와 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체질을 강화해 면역력을 향상해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또한 필요에 따라 증세가 악화되기 전에 호흡기와 피부계통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도움이 되는 한의학적 예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적으로 체질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황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손쉬운 생활습관은 식습관 조절이다. 그 첫 시작은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는 황사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체내 습도를 유지하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평소 채소와 과일 등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담배와 알코올 등 유해한 섭취물은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건조한 점막(목, 코, 피부 등)을 보호할 수 있고 몸 안에 들어온 유해 물질의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 꾸준히 물 8잔 이상(성인기준 2리터 이상)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청결유지도 중요하다. 황사 속의 독성 물질은 피부를 통해서도 흡수되어 우리 몸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외출 뒤에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고, 가렵다고 하여 손으로 눈이나 코의 점막을 만지는 것은 알레르기와 염증반응을 더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적절한 물리적 요법도 중요하다. 운동은 체질 강화와 면역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실외 고강도 운동보다는 실내에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실외 마스크 착용과 실내 공기청정기 가동, 미세먼지 주의보가 뜬 날에는 실외활동 최소화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미 미세먼지와 황사에 노출되어 호흡기 증상을 비롯한 증상이 있다면 다음의 해독을 도와주는 음식과 약재를 섭취하여 나쁜 성분을 배출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음식으로는 돼지고기, 양파, 마늘, 해산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는 몸속에 쌓인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해주며, 양파와 마늘에는 유황성분이 풍부하여 수은을 배출시킨다. 또한 과일로는 봄철 딸기에는 비타민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감기 예방,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한약재로는 도라지의 뿌리로 알려진 ‘길경’과 겨우살이풀이라 불리는 ‘맥문동’이 면역력 강화, 항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에 좋은 식·약 공용 식재료다. 문헌적으로는 ‘인후부를 보(補)하고, 폐의 기운(氣運)을 잘 통하게 하며, 가래와 기침을 멎게 하며, 미세먼지에 도움을 준다.’ 약리효과로는 면역 증강, 백혈구 증강, 항바이러스, 항 살균, 혈당 강하, 항 과민, 호흡기 점액분비 증가, 해열, 진정 등의 작용을 한다. 성분으로는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면역 증강, 항바이러스, 항염증, 기관지염, 기침, 가래 등에 도움을 주고, ‘베툴린산’은 면역력 증진, 활성산소 억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길경을 포함하고 있는 감길탕(甘桔湯)과 맥문동을 포함하고 있는 맥문동탕(麥門冬湯)은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鎭咳) 작용, 가래를 없애는 거담(祛痰) 작용을 해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증상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황사가 심해지면 아토피와 알레르기 증상도 심해질 수 있다. 피부 자극에 민감한 기존 아토피 환자들은 이 시기만 되면 가려움증이 심해져 자주 긁으면 염증 등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눈 주위나 얼굴, 손, 팔의 피부가 염증으로 인해 붉어지는 증상이 생기며, 심하면 얼굴이고 몸에 원인 모를 습진이 반복되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자주 재발하기도 한다. 아토피, 알레르기가 악화되는 이유는 황사라는 환경적 요인과 체질적/생리적 요인, 기저 질환자들의 병리적 요인이 만나면서 체내 면역체계를 혼란시켜 염증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인데 주변 환경에서 미세먼지를 최대한 제거하는 등 환경적 요인을 점검하고 체내에 축적된 독소 배출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예방 및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황사로 인한 피부질환 및 알레르기질환을 한의학에서는 병기에 따라 급성기·아급성기·만성기로 구분해서 치료한다. 급성기에는 황련해독탕· 청열제습탕 등을 사용해 염증을 제어하여 급한 불을 끄고, 아급성기에는 평위산·생간건비탕을 통해 기력을 올리고 소화기를 보강하며 만성기에는 인삼양영탕·당귀음자·생혈윤부음 등을 통해 면역력 개선과 피를 맑게 하는 처방을 사용한다. 또한 ‘자운고’ 등과 같은 한약 성분이 포함된 연고제를 병용해서 국소적 치료 효과를 높이고 증상이 있는 부위에 침 치료와 약침치료를 진행하여 기혈순환을 도와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황사와 미세먼지 등의 대기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한의학적인 몸 관리 방법을 실천하여 체질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또한, 이미 증상이 있는 경우 필요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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