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 셀프 연임, 막대한 성과급 제동 걸려…. 은행 영업‧경영 대수술 불가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목이 쏠린다. 앞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구조에 있는 은행권의 공공성을 강조한 이후 나온 발언이라 금융사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사 이사회와 소통을 정례화하겠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군기 잡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는 내부통제 실패가 원인" 지적
-  금융 취약계층 지원금‧예금 중개 플랫폼 도입에도 속도 내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진행된 '2023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주인 없는'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 등 금융회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운영현황 실태점검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사회 기능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도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 발표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그룹 회장이 용퇴하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새 지주 회장으로 내정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배구조나 내부통제 관련된 것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지주가 국내 경제에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CEO 선임이)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모든 것을 규제하기보다는 이사회에서 자율적인 방식으로 구조를 선진화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 원장은 "지난해 은행의 이자 이익이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주주와 임원들 성과로 배분하는 게 옳은지 은행의 구조적 독과점 시스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며 "상생과 연대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나 캐피탈사 등 금융권이 어려울 때 금융당국 지원 등이 있었는데 금융사 성과를 오롯이 임원들 공로로 돌리는 것은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5조8506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 거액의 연말 성과급과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도 여당 등 정치권과 금융 당국에서는 금융권의 높은 성과급 지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들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구조에 있는 은행권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의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일명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당부했다.

- 은행권 긴장…. 지주사도 머쓱

이에 금융지주사들도 긴장이 역력하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며 정부와 금융당국 발언의 진의를 예의주시 중이다. 특히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도 더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은행연합회는 최근 10조 원 규모의 금융 취약계층 지원금을 향후 3년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5000억 원 규모로 공동 조성한 사회공헌기금을 하루아침에 20배로 늘린 것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이자 장사 지적에 "놓친 부분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회장은 "우리의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되겠다"라며 "지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소비자단체 혹은 외부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을 모시고 '은행권 사회적 관심 공동협의체'를 마련해 주기적으로 외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이 5대 은행 과점 체제의 가장 큰 폐해로 과도한 예대차익(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을 꼽는 만큼 대출 중개 플랫폼과 온라인 예금 중개 플랫폼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플랫폼이 생기면 금융 소비자가 전 금융사의 예금과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비대면 원스톱으로 갈아탈 수 있다. 은행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객들이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예금 금리는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5대 은행이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여·수신 체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 행보를 예의주시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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