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남 박준경 사장 바통 이어받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박 회장의 용퇴로 금호가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장남 박준경 사장 [일요서울DB]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장남 박준경 사장 [일요서울DB]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3일 경영진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4남으로,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47년간 일선 현장을 누볐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금호석유화학을 글로벌 석유화학·소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진 회장직 용퇴를 결정한 계기는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판결로 취업 제한을 받았다. 

앞서 2018년 12월 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일로 법원은 박 회장에게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박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했다.

문제는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 하지 않았다라는 점이다. 이후 박 회장이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다행히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최근 박 회장은 소송을 취하하면서 1심 판결로 확정해 2025년말까지 취업이 제한됐다. 박 회장이 올해 76세인데 2년 후 취업제한이 풀리면 78세다.

이에 그룹 회장직을 이어가기는 다소 부담감을 느끼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이 자진 사태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금호석유화학 홈페이지]
[금호석유화학 홈페이지]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장남인 박준경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사장은 1978년생으로, 지난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했고, 2010년 금호석화에 합류했다. 이어 해외영업팀, 수지영업담당 등을 거쳐 2021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1년 반 만인 지난해 말 사장 자리에 올라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다.

박 사장은 당분간 백종훈 대표이사 사장과 호흡을 맞춰 '투톱' 체제로 운영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앞으로 신사업 추진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하고 백 사장은 내부 경영에 보다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사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7.45%로, 박찬구 회장(6.96%)보다 높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