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정치의 양극화’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좌-우로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어 광화문 광장은 5년 내내 격돌의 ‘소용돌이장’이 되었다.

정치의 양극화는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기고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이제 지혜로운 ‘통합의 해법’이 필요한 때이다. 국가 융성과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양날개 균형 비행’이 필요하다.

광복 직후의 남한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정치적 대혼란기였다. 이승만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 김성수·송진우의 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과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박헌영의 조선공산당 등 좌익 진영, 그리고 김구의 임시정부 세력이 극심한 갈등 속에 각축했다.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에도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두 노선, 즉 민족주의 노선과 사회주의 노선의 충돌이 심각했다. 만해(萬海) 한용운은 이를 화해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는 “두 노선이 서로 반발한다면, 사상(思想)이 우리를 망하게 하는 장본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연장선에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이념(理念)의 포로가 되어 있고, 우리의 근현대사 역사 교과서는 좌 편향으로 왜곡되어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년이 되었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해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냈고 한일 정상 ‘셔틀외교’를 복원해 미래지향적 안보·경협 토대를 닦았지만, 강 대 강 여야 대치로 정치에서는 협치가 실종되고 말았다. 정치가 타협과 조정 없이 대립과 격돌로만 흘러가면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정치의 양극화 해소가 요원한 ‘대충돌의 시기’에 2년 전(5월 8일)에 타계한 이한동(李漢東, 1934~2021) 전 국무총리의 ‘통합과 포용의 정치’가 그리워진다. 이 총리는 정통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으며, 전두환·노태우 정권부터

‘3김(金) 시대’ 정치 격변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이 총리는 6선 의원과 ‘당 3역’, 내무부장관, 국회부의장, 집권당 대표 등 대통령을 제외한 ‘3부’의 요직을 섭렵했다. 율사 출신답게 정연한 논리를 구사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과단성이 돋보여 ‘단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당적 협력과 타협을 존중해 여야 모두로부터 ‘협치와 타협을 앞장서 실천한 의회주의자’란 평가를 받았다. 세 차례의 원내총무를 역임하며 “최악의 타협이 최선의 날치기보다 낫다.”라는 정치 신념을 일관되게 견지해 ‘이한동 총무학’이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자신의 회고록 <정치는 중업(重業)이다(2018)>에서 ‘보수개혁’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으며, 정치인은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취할 직업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고려·조선조를 대표하는 명재상인 이제현이나 류성룡 선생처럼 자신을 죽여 나라와 국민을 살리려는 ‘살신구국(殺身救國)’의 역사적 소명 의식에 투철한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 국정을 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덕필유린(德必有隣,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이라는 가훈과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이를 실천했다. 자신에게는 추상처럼 엄격했으며,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한 넓은 가슴의 소유자였다.

1987년 여야 합의로 현행 헌법을 만들었으며,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국민대화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을 왕건의 ‘국민통합론’에서 찾았던 ‘현상(賢相) 이한동’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水原山氣衆望持(수원산기중망지) 수원산 정기를 받고 태어나 사람들의 신망 견지했고

不息垂天蜀道知(불식수천촉도지) 쉬지않은 웅대한 포부로 세로(世路)의 어려움 알았네

由義秋霜稱快刀(유의추상칭쾌도) 의를 쫓아 추상처럼 엄격하여 ‘단칼’이라 칭해졌고

春風盛德固邦基(춘풍성덕고방기) 타인에게 관대해 덕을 베풀어 나라 기초를 굳게했네

與三總務能全業(여삼총무능전업) 여당 원내총무를 세 번 역임하여 소임을 완수했고

愼一高官使重遲(신일고관사중지) 진실로 고위직에 있을 때는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네

汗馬之勞千載炯(한마지로천재형)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한 공로는 천세토록 빛나고

受難眷念宰臣治(수난권념재신치) 어려운 시기 총리의 ‘포용의 정치’를 돌아보게 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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