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풍전등화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송영길발 돈봉투사건, 김남국 코인 파동까지 설사가상으로 당원들의 잇따른 성추행 파문으로 이 대표와 당은 사면초가다. 그렇다고 여야 합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대표를 대신할 대항마도 마땅치 않다. 이재명 대표가 백의종군론, 결자해지론속에서도 버티는 이유다. 자신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은 데 무작정 대표직을 던진다고 당이 살아나고 총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총선전 사법 리스크가 언제 어떻게 현실화될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서 이 대표만 믿고 가기에는 불안하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167명의 금뱃지가 걸린 만큼 총선이 우선이다. 그 다음이 대선이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위해선 새로운 간판이 필요하다. 나오는 말이 비대위다. 때마침 이낙연 전 대표가 이달말 귀국한다. 귀국전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정을 가리질 않고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1년간 정치 휴지기를 가진 그다. 그러나 식상하다. 지난 대선만큼 주목받기가 쉽지 않은데다 호남 정치인으로서 각인돼 수도권을 포함한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같은 호남출신이라면 이낙연 전 대표보다 의원.장관.국회의장.총리를 지내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정세균 전 총리가 인물면이나 경력면에서 낫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특강, 조찬포럼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친노·친문 등과 두루 가까워 현재로선 당내에서 가장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된다. 대선 출마는 안했지만 조직도 탄탄하다는 게 정설이다.

차기 비대원장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인사가 김부겸 전 총리다. 58년생인 그는 52년생인 이낙연.50년생인 정세균 전 총리에 비해 젊은 편이다. 또한 수도권에서 정치를 시작해 대구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켰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양평으로 집을 이사간 후 정치와는 거리두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중에서 가장 젊지만 전원생활에 빠져 있다.

지난 5월말에는 집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일간지 기자가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얼른 차 빼라라고 응수했다. 김 전 총리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성품을 통해 유추해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민주당은 현재 쇄신과 혁신에 직면해 있다.

특히 586 운동권 세대들은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이 될 공산이 높다. 국민의힘 주류인 윤핵관이 2선 후퇴할 경우 ‘586 퇴진론은 더 거세질 것이다. 그런데 그 세대보다 더 선배인 김 전 총리가 비대위원장직을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면 후배들에게 면목이 서질 않을 것이다. 다음 스텝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읽힐 공산이 높다. 김 전 총리는 총선 그 넘어를 보고 있는 듯하다.

반대로 이낙연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통해 마지막 정치 불꽃을 태우기위한 전초전으로 삼는 듯하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전 총리에 비해 관망하는 자세다. 김 전 총리가 정치복귀를 묻는 기자에게 차 빼라는 얘기는 그래서 단순한 인사말로 들리질 않는다. 여야를 넘어 세대교체.물갈이에 판갈이 선거가 될 내년 총선에서 선배들은 빠지고 후배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물론 그 의도가 아니여도 상관없다. 어차피 차는 빼야하고 흘러간 물은 숙명처럼 바다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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