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12, 일본 도후쿠 지방에서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으로 18천여 명이 사망했고,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을 덮쳤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4기에서 원자로가 녹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에 이은 인류 역사상 두 번째의 7등급 원전사고로 기록됐다.

원자력 시설의 사고는 심각성에 따라 7단계로 분류한다. 기기나 시설의 고장이 일어났을 때는 1~3등급으로 분류한다. 4등급 이후는 실제 사고가 일어난 경우다. 4등급은 시설 내의 위험을 불러오는 사고, 5등급은 시설 바깥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 6등급은 주민 대피와 대대적 소개가 필요하고,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참사, 7등급은 국가 단위를 넘어선 대형사고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바로 일본 국경 밖에까지 피해를 미치게 된 최고등급인 7등급의 대형 원전사고였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사고인 폭발과 화재, 원자로가 녹는 멜트다운, 방사능 유출이 발생했다. 일본은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물로 식히는 작업을 지금까지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생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매일 90톤가량의 오염수가 발생 중인데, 현재까지 발생한 130만 톤이 넘는 오염수를 탱크에 보관 중이다. 이 오염수 보관 탱크가 97% 정도 꽉 차서 방사능 제거 장비로 방사능을 걸러내고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으로선 탱크 보관보다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한 선택이긴 하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이다. 일본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제거해 위험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에는 79%신뢰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85% 이상의 사람들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광우병 사태가 다시 회자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광우병 사태처럼 국민감정을 건드린다면 집권세력엔 악몽이 될 수 있다. 반면, 야당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우려가 단순히 기우는 아니다.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 결정에 73.1%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여론조사가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할까?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정부 주장도 믿지 않고, 우리나라 정부의 의견과 설득에도 동의하지 않는 것일까?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오염수 문제 이전에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최악의 관계였고, 새로 출범한 우리나라 정부도 별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다면,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면, 오염수 문제도 다르게 풀렸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부였다면, 지금과 같이 일본의 편에서 풀어간다는 오해를 덜 샀을 것이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그 어떤 말로도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문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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