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집권 2년차 드라이브를 걸어라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 관료가 있을 경우 억지로 설득해 데리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권 2년차 새로운 내각 멤버들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차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거라는 전망과 동시에 소폭 개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9월 대통령실 내 출마 의사가 있는 행정관, 12월 총선에 나서려는 비서관-장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무회의 주재중인 윤 대통령. 뉴시스
국무회의 주재중인 윤 대통령. 뉴시스

-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56초 개각에서 하반기로 순차개편으로 가닥
- 차관 대규모 교체후 9월 행정관 출마. 12월 장관 비서관급 교체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정부 부처 차관들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 부담이 없는 차관 교체를 통해 집권 2년차 내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관 인사가 대폭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부처가 교체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건 아니다면서 “(모든 부처 차관 교체 여부에 대해)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차관 인사와 관련해 인사와 관련해서는 결정나기 전까지는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인사 수요가 있을 때 늘 인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대규모 차관 인사 단행, 소폭 개각 가능성

실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 4월 마지막 주부터 각 부처로부터 후임 차관 인사 대상자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아 인사 검증에 착수했다.

전체 19개 정부 부처 중 절반 이상의 차관이 교체되고, 일부는 1·2차관이 동시에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의 차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 부처 차관이 교체 대상이 되는 셈이다. 과거 정부에서 차관급은 인사 수요에 따라 한 자릿수교체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대규모 차관 교체는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이 대폭적인 차관 카드를 꺼낸 이유는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있다. 대장동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코인 논란 등 야권이 코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10여명의 차관 인사를 추진하는 것은 개각을 다소 미루고 차관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연말·연초 개각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이른 복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부정적이다.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섣불리 장관을 교체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코너에 몰린 야권이 인사청문회 때마다 고강도 검증을 벼르는 상황에서 개각에 나설 경우 청문회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 당장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두고도 아들의 학폭논란이 벌써부터 불거지며 실제 지명 시 국정운영에 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장관을 교체할 시 신임 장관 임명까지 해당 부처의 업무가 사실상 모두 멈추게 된다. 오히려 개각이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로서는 개각 리스크대신 부처 업무를 실질·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차관을 교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차관 차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과 철학이 맞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비서관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소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체부, 중기부 장관 등에 대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문체부는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언론환경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부는 이영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은 높으나 중기부가 벤처 분야에만 집중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서 불만이 있어 교체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리 교체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후임으로 주호영 전 원내대표,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추석이후 행정관들 연말 장관들 총선 앞으로~

물마시는 윤대통령. 뉴시스
물마시는 윤대통령. 뉴시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의 총선 출마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일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이동석 행정관이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후임 인선도 완료됐다. 이 행정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지난해 5월부터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충북 충주 출마를 준비 중이다.

정무수석실 이승환 행정관도 서울 중랑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르면 이달 말 사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정무수석실의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 김인규 행정관도 올여름께 대통령실을 떠나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 지역은 김 전 대통령이 7선을 지낸 서구가 포함된 부산 서·동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추석 이후부터 총선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 중앙당 차원의 총선기획단이 본격 가동되고 공천 규칙도 정해지면 출마 대기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야 본격적인 출마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수석실 등 다른 수석실에서도 총선 출마 준비를 위해 퇴직 시점을 고심하는 행정관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출마에 방점을 둔 행정관들 사이에서는 추석 이후 대통령실을 떠나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연말에는 장관들에 대한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인물이 추경호 경제부총리다. 일단 연말까지 잔류한 후 국회 복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말 예산정국까지 마무리한 다음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도 내년 총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급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경우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외에 강승규 수석은 고향인 충남 예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이진복 정무수석은 부산 동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또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 강훈 국정홍보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도 출마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인사, “차관-->대통령실-->정치형 장관 인사

용산 대통령실 전경. 뉴시스
용산 대통령실 전경. 뉴시스

여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총선 1년을 앞두고 세 차례 정도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다차관 인사, 추석, 연말을 지나면서 대통령실 총선 출마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윤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남은 임기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측근 인사들의 출마를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주변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적극 도전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도 이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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