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들 은행 갈 일 여전히 많아…. 소비단체 "바람직하지 않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거점 지점을 중심으로 소지점을 통폐합하는 영업 전략을 취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노년층의 경우는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면서 마련한 대안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불편을 호소한다. 은행들은 영업점 업무 대부분이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도 가능해지면서 비대면 영업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지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고객 수 많은 4대 시중은행, 영업점 수는 3년간 18% 감소
- 취약계층에 치명적….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말아야


시중은행 영업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는 추세다.

소비단체 소비자주권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은행 전체 영업점 수는 2019년 6709개에서 2022년 5800개로 3년간 13.5% 감소했다.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은 영업점 수가 3년간 2.6%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시중은행인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영업점 수가 3년간 약 18% 감소했다.

은행은 가뜩이나 영업시간도 짧아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일반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특히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등 취약계층의 경우 PC와 모바일 기기의 보유율이 낮고, 금융거래 서비스의 이용률도 낮다.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고령층(만 55세 이상)의 경우 온라인 금융거래 서비스의 이용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고령층의 과반수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사용하지 않고 은행 창구를 찾는다는 얘기다.

고객 수가 많은 대형 시중은행일수록 영업점 폐쇄가 잦아 많은 금융소비자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점을 폐쇄하는 이유에 대해 '비용 절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은행의 주 수입원인 이자 장사로 은행은 큰 이익을 봤다. 최근 은행이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늘었지만, 대출로 얻은 이자 수입은 훨씬 크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순이자 손익은 2019년 265.7조 원에서 2022년 363.6조 원으로, 3년간 36.8%나 증가했다. 이러한 이자 장사로 은행이 매년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고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으로 지점을 폐쇄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도 2020년 "은행 점포 수 급감,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추세적으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더욱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주권회의 관계자는 "가까운 곳에 있던 은행지점이 사라지면 온라인 금융거래 취약계층뿐 아니라 바쁘게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도 불편함을 겪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은 자사를 이용해 주는 금융소비자 덕분에 매년 역대급 이자 이익을 얻으면서 비용 절감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실적이 폭증한 것은 은행이 특별히 무언가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이자 장사로 수익을 봤으면 적어도 수익을 올려준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당국도 실효성 없는 현행 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은행지점 폐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점포 폐쇄 공시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예고

한편 이르면 8월부터 은행들이 분기별 점포 폐쇄 현황을 공시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 18일 실무회의를 열고 점포 폐쇄 공시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현황 등 실무적인 점검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뉴시스]

특히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 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4회에서 분기별 1회로 확대했다.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 수뿐만 아니라 폐쇄 일자, 폐쇄 사유, 대체 수단 등의 정보도 공시해야 한다. 이는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비교 공시도 제공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당시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은행은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점포 수를 줄이고 있지만,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 폐쇄가 곧 금융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며 “단기적인 이윤 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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