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직장인 A 씨는 며칠 전 담배를 피우던 중 황당한 말을 들었다. 인사팀 B 씨가 자신과 C 씨가 내연 관계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A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린 사실에 분노하여, B 씨를 찾아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비속어를 쏟아냈다. 이때 A 씨와 B 씨는 단순히 말만 한 것에 불과하나, 둘에게는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것은 말만 하여도 성립되는 범죄, 바로 명예훼손과 모욕이다.

명예훼손과 모욕은 매우 비슷한 범죄다.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 구성요건으로 공연성과 특정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만, 이 둘은 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만약, 그 말의 내용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11조,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참조). 반대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형법 제307조 제1항, 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등 참조), 그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2항)이 성립한다.

그 구성요건을 살펴보기 전에 구성요건이란, 형벌을 과하는 근거가 되는 행위 유형을 기술한 것으로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내용을 규정한 법률요건을 말한다. 즉, 범죄가 되는 특정 행동 요소를 말한다. 통상 구성요건은 법률 조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욕죄를 규정한 형법 제311조를 보자.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때 ‘공연히’, ‘사람’, ‘모욕’이 모두 구성요건이다. ‘공연히’란 공연성을 의미하고, 사람은 특정된 개인을 의미하며, 모욕이란 소위 욕설을 의미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❶특정성, ❷공연성, ❸각 범죄에 따른 내용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❶ 특정성이란, 쉽게 설명하여 화자가 말하는 내용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욕죄라면 욕을, 명예훼손이라면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아이 씨발!”이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발언자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하여 흔히 쓰는 말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하여 발언하지 않는 이상, 특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6622 판결 등 참조). 이에 반해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라는 말은 특정 개인을 향하여 경멸적 표현을 담은 욕설을 한 것이므로, 특정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67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특정하여 발언했다면 특정성이 인정된다.

❷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44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전파성(또는 전파가능성) 이론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데(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등 참조), 이는 비밀이 잘 보장되어 외부에 전파될 염려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연속하여 수인에게 사실을 유포하여 그 유포한 사실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전파될 가능성만 없다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가족이나 애인관계 등 특수한 관계로 한정된 범위에 속하는 사람이어서 욕설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면, 공연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❸ 명예훼손죄에서 보호법익으로서 명예란 사람의 인격에 관해 타인들에게서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말하는데(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도1008 등 참조), 이러한 명예를 저해하는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이때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등 참조). 단, 위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참조).

<조민성 변호사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인천지방검찰청 국가소송 및 행정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인천지방검찰청 세월호 국가소송 전담 ▲인천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인천지구심 간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공익법무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