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기출유출 범죄에 대해 경종이 울릴 전망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최근 기술유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을 반영해 양형 기준을 상향하기로 했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도 산업기술을 외국에 유출하거나 누설(漏泄)한 자를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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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법원에 따르면 9기 양형위는 전날 제125차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2년 동안 추진할 업무를 논의했다. 이날 논의에서 양형위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기술유출 문제와 관련해 영업비밀 국외누설 등에 관한 법정형을 상향하고 국가핵심기술 유출·침해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을 신설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총 93건으로 피해규모는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본다.

앞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만약 설계 자료가 유출됐다면 삼성전자는 수조원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12일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등 혐의로 삼성전자 전 상무 A(65)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A씨가 세운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 직원 C(60)씨 등 5명과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중국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중국 소재 반도체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출신 핵심인력 200여명을 고용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삼성전자 공장을 본딴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시도했다.

A씨는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거리에 복제판 공장을 건설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회사는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대만 기업과도 약 8조원의 투자 약정을 맺었지만, 이 투자가 불발되면서 실제 공장 설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부정 유출·사용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BED(Basic Engineering Data), 공정배치도, 설계도면은 삼성전자가 30년 이상의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 및 연구개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얻은 자료다. 해당 자료는 최소 약 3000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의 가치를 가진 영업비밀에 해당된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 범죄의 경우 피해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점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임병헌 의원,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이에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대구 중·남구)은 27일, 산업기술을 외국에 유출하거나 누설(漏泄)한 자를 간첩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일반 산업기술을 해외 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원의 양형기준은, 해외로 기술을 유출한 범죄의 형량을 기본 징역 1년에서 3년 6개월, 가중 처벌할 경우 최장 징역 6년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 기술 유출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술유출 관련 범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총 365명이었지만, 이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이 292명으로 무려 80%에 달했으며, 실형을 산 사람은 20%(7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는 국외로 산업기술을 유출할 시 간첩죄에 준해 처벌하고 있어, 우리의 상황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개정안은 형법 제98조에 “산업기술을 외국에 유출하거나 누설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를 신설하여 산업기술을 외국에 유출하거나 누설한 자도 간첩죄로 처벌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산업기술을 유출하거나 누설한 자도 간첩죄와 동일하게 형량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으로 강제된다.

임병헌 의원은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을 넘어 국가경제와 미래를 무너뜨리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이번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산업기술 유출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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