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후반전

요즘 서울시내 가판대와 지하철.버스 등에 부착된 홍보물에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끈다. 서울시에서 중장년층인 4050세대를 위한 일자리 찾아주는 플랫폼 구호다. 같은 세대라서 그럴까. 4050 세대는 자식에 치이고 부모봉양도 해야하는 고달픈 위치다. 회사에서는 눈치보면서 언제 잘릴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4050세대에게 반전의 후반전은 꿈과 같다. 서울시가 구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 정책도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필자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2000년도에 기자생활을 해 20여년동안 정치부 기자만 했다. 국회의원 선수로 치면 5선정도 된다. 이 정도면 대충 정치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끝이 날 것인지를 감으로 짐작한다. 말 그대로 감이라 정확도는 높지 않지만 추세나 흐름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없지만 인물면에서는 나름대로 불혹의 나이에 20년간 사람 만나는 일 특성상 관상도 생기고 해서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껴가는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이재명 대표다. 대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예측도 불가하고 언행도 나름대로 이해하려해도 쉽지 않다. 이 대표가 필자에게 인상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을 인식시킨 사건은 두 번 있다.

한 번은 경기도지사 경선 때다. 친문에다 문재인 최측근 3철중 한명인 전해철 의원을 상대로 그야말로 비주류였던 이 대표는 가뿐하게 승리했다. 하지만 뒤끝은 안좋았다.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홀대받았다. 한 마디로 비주류의 설움을 제대로 체감해야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도시자에게도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차라리 남경필을 찍자친문 강성 지지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두 번째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다. 역시 친문 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낙연 전 대표를 맞아 이겼다. 한 마디로 비주류의 반란이었다. 정치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용납되지 않지만 만약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 맞서 승리했다면 그야말로 이재명 대표 비주류의 인생의 화룡정점을 찍을 대사건이었다. 비주류의 대반전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간발의 차로 지면서 결과적인 얘기지만 이 대표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짐작이 벗어나기 시작한 게. 통상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정치적 휴지기를 갖는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필자의 관측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 성남시장에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지만 불출마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의 인천 지역에 나가 뱃지를 달았다. 이후 당 대표 선거에 나선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민주당 원로들의 잠시 쉬라는 조언을 수용했다는 소식도 들려와 설마 했다. 예측은 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대선만 빼고 출마하면 다 당선된 행운아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윤석열 정권은 막강 경쟁자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대장동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됐고 부인과 아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자신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송영길 전 대표부터 측근들이 줄줄히 철창행 신세를 지거나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코인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민주당 적쟎은 의원들이 검찰수사를 받거나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통상 백의종군이나 결자해지를 해야하는데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여의도에 상식적인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 임박해 모든 것을 내 탓이라며 물러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필자는 모르겠다. 다만 이 대표는 정치 인생의 반전의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그 과정에 백의종군이라는 단어는 없어 보인다. 물론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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