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의 이름으로 안전성을 확언하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억누르고 있다. 정부는 브리핑에 학자들을 세우고, 여당도 학자들 입을 빌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말을 앞세우며 야당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런 과학적대응은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에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광우병 사태는 갓 출범한 이명박정부를 위기로 몰아갔다. PD수첩에서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뒷날 해당 방송은 몇 가지 오역과 허위사실이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광우병 사태는 진보에는 촛불시위라는 대중적 진출의 경험을, 보수에는 괴담으로 인한 피해의식을 남겼다.

배운 것이 있는 보수는 이제 과학적이다. 주장은 이렇다. 핵 오염수는 ALPS(알프스)라는 처리장치를 거쳐 방사성 물질이 대부분 제거된다. 방류된 핵 오염수의 양은 130만톤 정도로 지구 전체 바닷물의 양에 비해 미량에 불과하다. 섞이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 된다. 핵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알래스카~미국 서해안~남미를 거쳐 돌아오며 대부분 희석된다.

정부는 과학을 빌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세력이나 국민여론을 압박하고 있고,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우려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시민들은 민주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는 레토릭이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과학적으로 안전할까? 적어도 한국에서 이 문제에 확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대로 된 정보나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낸 시찰단도 시료를 전혀 채취하지 못하고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의 말만 듣고 왔을 뿐이다. 아는 사실이 없기에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맞다. 모르는 것을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럼, 과학적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과학자들은 누구일까? 정부 편에서 나서는 학자들은 대부분 핵발전소와 직접적, 간접적 이해관계에 있는 핵공학자들이다. 핵공학자들은 핵 발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췄지만,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한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런 문제는 생태학자나 해양학자들이 과학적 근거와 판단을 들어봐야 한다.

1991년 낙동강 물에 페놀 30톤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영남지역에 난리가 났고, 사고를 일으킨 두산은 회장이 물러나고 배상까지 해야 했다. 페놀 유출이 영남지역 시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는 없다. 핵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페놀 유출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문제는 과학적 판단이 필요하지만, 과학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과학은 거들뿐,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인류가 핵물질을 발견한지 고작 12여년이 지났다. 방사능이 생태계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인간은 아직 거의 모르는 단계이다. 어쩔수 없이 사용해야 하기에 현실적인 타협을 하고 안전을 논할 뿐이다. 과학이 아닌 사회적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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