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대 국회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은 예외 없이 반복됐다. 매번 과반에 이르는 소위 물갈이가 이뤄졌다. 하지만 항아리에 새로 담은 물 역시 이내 오염됐다. 결국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정당들의 무원칙적 공천 관행과 국회 운영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가장 바람직한 정치개혁, 건강한 국회 개혁 방향은 의외로 단순하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면 된다. 별 의미도 없는 모임이나 행사, 아무런 결론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회의에나 불려 다니는 좀비 정치에서 해방시키면 된다. 우리 국회와 정당이 국회 개혁, 정치개혁과 관련해 몇 가지 과제만 실천해보시길 권해드린다.

첫째, 비효율 제거다. 하루씩 돌아가며 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없애거나 하루에 몰아서 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문서로 만들어 돌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건 생각과 철학이지 목소리 크기가 아니다. 국회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을 몽땅 불러다 놓고 며칠씩 하는 대정부질문도 없애라. 보여주기식 비효율의 극치다. 현재의 국회법상 서면질의 제도도 그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효율적이다. 건수 위주 입법발의도 개선하라. 입법총량제를 도입해 한 국회의원당 연간 법안발의 총량을 10건 이내로 제한하고, 10건의 50%5건도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법안으로 강제하자. 법안발의 건수 가지고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짓은 너무 수준 낮고 유치한 행태다. 법을 많이 만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엉터리 법안을 마구잡이로 만든다는 의미다. 국정감사 제도도 바꿔야 한다. 고작 질의 두세 번 하느라 하루 종일 죽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낭비요 비효율의 극치다. 하루 종일 벌서며 졸고 앉아있는 공무원들은 또 어쩌나. 혈세로 비싼 녹을 받아먹는 공복을 이렇게 허접하게 부려 먹으면 안 된다.

둘째, 근본에 집중하기다. 회기 중에는 지역구 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해라.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나 하라고 국민이 세비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으면 개인 돈으로 하지 왜 혈세로 봉급 주는 직원을 지역구에 상주시키면서 조직관리, 지역구 관리나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구의원, 자치단체장은 장식용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과 수시로 토론하고 협의하라. 예산 많이 땄다고 자랑하는 바보짓도 금지해야 마땅하다. 예산이 어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돈인가. 그게 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 것인데 그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상임위도 마구잡이로 배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평생 A라는 길을 걸어온 사람을 느닷없이 B 상임위로 보내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과연 옳은 결정인가.

셋째, 형평성 확보다. 비례대표도 연임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일 잘하면 연임시켜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지역구나 받으려고 윗선에 줄이나 대는 한심한 행태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비리나 범법행위로 국회의원직을 잃으면 자동으로 해당 선거 차점자가 승계토록 공직선거법도 바꿔야 한다.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면 재·보궐선거나 차점자 자동승계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쓸데없는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법 준수 의지도 높아지고, 차점자에 의한 당선자 감시도 강화된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 잔여임기가 1년미만일 경우 재·보궐선거 없이 차점자가 자동으로 승계토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아울러 비례대표와 동일하게, 지역구 국회의원도 자진 탈당하면 국회의원직이 자동 상실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공적 의무의 강화다. 국회의원이 사퇴서를 내면 그날로 즉시 의원직이 자동 상실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퇴 쇼를 안 한다. 모든 국회의원은 임기 중 주식, 가상화폐 및 부동산 거래(임차는 예외)를 정지(금지)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제명 의결 비율은 현행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2분의 1 찬성으로 완화해야 한다. 의원 본인이 비용을 들여 정책개발, 입법 등의 목적으로 직접 개최하지 않는 국회 내 회의실 대리 예약(이름만 빌려주기)은 엄금할 필요가 있다. 행사를 위한 행사는 무익하고 무용하다. 공적인 문서상으로 행해지지 않고 카톡, 문자, 전화 등으로 이뤄지는 모든 민원 역시 엄단해야 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임기 중 국회 보좌진을 동원해 지역사무실을 설치·운영하는 행태 역시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으로 간주하여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1심에서 금고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으면, 그날부터 최종 확정판결 때까지 수당 지급을 정지(보좌진 급여는 제외)할 필요도 있다.

대충 이 정도만 실천해도, ‘불체포특권 내려놓기같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유치한 쇼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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