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怪談), 국어사전에는 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로 정의되어 있다. 괴담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괴담은 사실이 아니지만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사실처럼 느껴진다. 두려운 내용이 조미료처럼 가미되어 듣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공포에 휩싸인다. 때론 분노와 혐오하는 감정에 빠지는 때도 있다. 현 집권세력은 괴담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라는 수도권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있다. 양평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하다. 특히 6번 국도가 많이 막힌다. 양평사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6번 국도를 피해 서울로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놓길 원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꽤 오랫동안 경제성이 없다고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2021년에야 가까스로 사업이 결정됐다.

수십만 양평사람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이 사업이 하루아침에 취소됐다. 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이 괴담을 유포했기 때문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2023년 들어 갑자기 종점이 바뀐다. 국토부가 지난해 갑자기 양평을 찾아와 종점을 바꿨다. 양평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그런데 하필이면 바뀐 종점이 있는 강상면에 대통령 부인 일가의 땅이 있었다.

땅도 꽤 넓다. 축구장 4개 크기라고도 하더니, 하룻밤 사이 5개 크기로 늘어났다. 국제 규격 축구장 면적이 7140㎡, 평수로 따지면 약 2,160평이다. 축구장 5개면 1만 평이 넘는 땅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야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주당은 종점이 변경된 사실을 알리고, 대통령 부인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국토부 장관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사업을 취소해버렸다.

공포스럽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권력의 역린을 건드리면 수십만 명이 염원하고, 국가가 행정절차를 통해 2조 원 넘는 예산을 들여 건설하기로 한 사업을 백지화해버리는 나라가 되었다. 국가 행정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없다. 대통령 부인의 특혜 의혹이 사실인지는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이 정도 사안이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냥 덮는다.

더 무서운 건 고속도로 종점 주변에 땅을 사둔 대통령 부인 일가는 멀쩡한 채, 의혹을 제기한 야당만 괴담 유포세력이 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집권세력은 이 고속도로가 취소된 것이 야당의 의혹 제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은 또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받아 이 문제를 여야 간 정쟁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보면 대통령 부인 일가 관련 의혹은 잊히고 말 것이다.

괴담은 현 집권세력의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괴담 박멸에 진심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광우병 사건도 괴담으로 치부한다. 야당이 그때 기억을 못 버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다시 괴담을 유포한다고 주장한다. 놀랍지 않게도, 이명박 정부도 광우병 사태 당시에 보수언론과 함께 광우병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붙이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었다.

광우병 사태는 진보에는 촛불시위를 보수에는 피해의식을 남겼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광우병은 매우 치명적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광우병에 취약하고,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이 컸다는 사실이다. 광우병이 괴담이라면? 곧 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부위나,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도 수입될 수도 있겠다. 괴담 속 대한민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무진 보좌관>※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