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들며 韓 GDP 순위 10→13위로

[검증대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지난해 13위로 추락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쟁력이 둔화하고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래서 저출산과 GDP 순위 하락의 인과관계를 따져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검증방법]
- 한국은행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 순위 (교육자료, 2022년 국민계정으로 본 우리 경제.pdf 참조)
-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영향분석과 정책시사점 - KIET 산업연구원
-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이 영국 의학지 '란셋'에 게재한 논문

[검증내용]
이 총재는 GDP 순위 하락 요인으로 "환율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라며 "구조개혁을 미뤘기 때문에 경쟁력이 많이 둔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 규모 순위도 불가피하게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 이 총재의 진단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정해진 미래'로 여기는 시각을 경계했다. '정해진 미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구 적응 차원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출산율 반등보다 저출산 상태에 맞춘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저출산 트렌드는 정해진 미래라기보다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며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알아봤다.

- 한국 GDP 하락 10위 유지 실패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는 1조6733억달러(시장환율 적용)로 전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2021년 10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국가별로는  미국(25조4627억달러), 중국(17조8760억달러), 일본(4조2256억달러), 독일(4조 752억 달러), 영국(3조 798억 달러), 호주(1조7023억달러) 등에 이어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명목 GDP란 한 나라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한 나라 경제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명목 GDP는 시장가격(당해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제공 : 한국은행]
[제공 : 한국은행]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를 100(한국=100)으로 봤을 때, 전 세계 1위 미국은 15배가 넘는 1522, 중국은 10배가량인 1068에 달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 순위는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3계단 하락했다.

KIE산업연구원은 2017년 발간한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영향분석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생산연령인구 비율이 0.1%포인트 감소하면 GDP는 연평균 0.3%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령인구 비율의 증가세와 생산가능인구 비율의 감소세는 향후 여타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및 대외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5일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은 영국 의학지 '란셋'에 게재한 논문에서 2100년 세계 인구 규모가 88억 명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50년 이래로 매년 1∼2%씩 증가해 온 세계 인구는 2064년 97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2100년 한국,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등 아시아·유럽 23개국은 인구가 절반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7년 5267만명에서 2100년 2678만명으로 반 토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도 같은 기간 2572만 명에서 1298만명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출산율은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늘어나 통상 노인 기준 연령으로 삼는 65세 이상 인구는 23억7000만명으로 증가해,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인구 감소가 해당 국가의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GDP 순위는 인구 감소 영향을 받아, 2030년과 2050년 각각 15위에 머물다가 2100년 20위로 밀려난다고 분석했다.

[검증결과]
 ▲한국은행발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 순위 ▲KIET 산업연구원의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영향분석과 정책시사점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이 영국 의학지 '란셋'에 게재한 논문 등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저출산이 GDP 순위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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