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여교사의 7월18일 극단 선택을 두고 파급된 가짜 뉴스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새삼 절감케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가짜 뉴스엔 1조 원의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응징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한국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로 올라서면서 가짜 뉴스 폐해도 세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3월 임용된 23세의 새내기 교사가 목숨을 끊자 온라인 공간에서 그녀의 극단 선택에 대한 가짜 뉴스가 삽시간에 퍼져 나가 갔다. ‘교육청에 불려 간 다음날 자살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한 의원은 여교사를 자살토록 괴롭힌 간접 살인마로 퍼져 나갔다. 

이것들은 모두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은 가짜였다. 여기에 방송인 김어준 씨가 유튜브 방송으로 끼어들었다. 그는 20일 “초등학교 교사 극단 선택 사건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다”라고 단정했다. 김 씨는 확인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의원 연루설을 기정사실로 굳혔다. 김어준은 지난 18일에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죄로 5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김 씨를 “부정확한 사실과 무리한 해석”을 일삼는다며 “정치무당”으로 규정했다. 한기호 의원 손자는 서이초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 의원에게는 가짜 뉴스 확산으로 “인생 똑바로 살아라” 등 욕설을 퍼붓는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한기호 의원실에 따르면, 그의 연루설을 맘카페에 썼다는 한 중년 여성이 한 의원을 찾아와 “용서해 달라”며 선처를 읍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의원은 “나는 정치생명이 끝날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는데,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용서해 달라고 용서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당신은 재미 삼아 썼겠지만 맘카페에서 그 글을 본 사람만 3만 명이다. 3만 명이 그걸 보고 퍼 나르니까 전국으로 확산한 것 아니냐 ”고 했다. 한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내가 선처해 주면 나중에 이 정도 거짓말과 가짜 뉴스는 용서된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냥 묵과하면 결국은 부도덕한 사회가 되도록 내가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엄중히 조치할 것을 다짐했다. 

한 의원에 대한 가짜 뉴스를 접하며 미국의 가짜와 막말 뉴스에 대한 엄격한 응징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4월 폭스 케이블 방송사는 가짜 뉴스를 보도한 죄로 선거 투·개표기 제조업체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1조 원을 물어주기로 합의했다. 폭스 뉴스는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도미니언이 조 바이든 후보 당선을 위해 개표기를 조장했을 수 있다고 거듭 허위 보도했던 것이다. 여기에 도미니언은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폭스 뉴스를 상대로 법원에 16억 달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자 폭스는 도미니언에 7억 8750만 달러(1조 원)를 배상키로 합의했다. 1조 원 배상 합의 후 폭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위해 막말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을 전격 해고 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케이블 방송사인 CNN 뉴스도 트럼프를 거칠게 비판한 간판 앵커 돈 레몬을 해고했다. 폭스의 칼슨과 CNN의 레몬 해고는 미국 방송계가 거칠고 가짜 뉴스를 서슴지 않는 뉴스 앵커들에 대해 엄중히 응징하기 시작했음을 반영한다.

한국도 가짜 뉴스와 거친 말을 마구 토해내는 방약무인한 방송인들에 대해 1조 원만큼이나 무거운 손해 배상을 부과할 때가 되었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재미 삼아” 무책임하게 마구 써대는 누리꾼들에게도 함부로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기호 의원의 말 대로 “그냥 묵과하면 부도덕한 사회가 되도록 조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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