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공사보다 더 큰 문제 ‘수분양자’ 사이의 갈등

인천 석모도에 위치한 해수 온천단지 리안월드에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이 늘어서 있다. 앞에 보이는 연못은 온천수를 식혀서 외부로 배출하는 인공연못. [이창환 기자]
인천 석모도에 위치한 해수 온천단지 리안월드에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이 늘어서 있다. 앞에 보이는 연못은 온천수를 식혀서 외부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연못.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세계 최고 수질의 해수 온천단지로 예정된 인천 석모도 리안월드. 온천단지 개발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토지주 간에 소송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분양자와 시행사, 그리고 수분양자들 사이의 갈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공사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공사마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시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재진에게 내년 초에 준공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분양자 갈등, 빠른 준공이 필요 vs 소송전으로 가야한다
세 번째 시공사 동호건설,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 이어가

지난달 12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났던 석모도 리안월드 수분양자들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공사하라고 대출받아 줬더니,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는 사연이었다. 320여명의 수분양자들이 부족한 공사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줬지만, 일부만 공사대금을 쓰이고 나머지는 시행사 부채를 갚았다는 것. 

특히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 지급을 지연하면서 수분양자들에게 이자 지급 요구가 들어왔고, 이를 거부한 사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연대보증인 전원에 대한 ‘신용관리대상’ 통보가 왔다. 앞서 ‘설마설마’ 하던 일이 실제로 발생하자 수분양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테헤란로에 모였다는 설명이었다. 

취재진이 모였고,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해당 내용이 보도됐다. 일요서울 역시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 강화군 석모도 공사 현장 확인에 나섰다. 수일동안 지속된 폭우로 공사장 주변은 진흙탕이 곳곳에 생겨났다. 이웃한 호텔 공사장 관리자를 만났으나, 리안월드 공사 현장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공사 현장을 수차례 오가며 확인했지만, 드나드는 공사 차량 등은 보이지 않았다. 

공사는 진행되고 있어, 현재 진행율도 70% 이상

또 다른 제보가 잇따랐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특히 외부 건축은 마무리된 단계로 “수도와 전기 등 내부 공사만 마무리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건부 준공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이에 지난달 24일 취재진은 다시 한 번 현장을 찾았다. 역시나 우기가 이어지며 진흙탕이 곳곳에 있었으나, 공사현장을 들어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입구를 들어가 좌측 공사 관리 사무실 맞은편으로 상가로 예정된 곳을 지나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김승수 준공대책위원회 위원장. 김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현장을 보고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해당 공사장에 취재진이 들어가 확인에 나섰다. 외부에 뼈대만 드러내고 있는 한옥 단지를 제하고 빌라형태의 단지 및 상가 인근 건물로 인부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공사장 관계자는 “전기 공사 등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앞서 (다른 시공사에 의해) 잘못 건축된 것은 뜯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량의 건축물이 외관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고,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전기 설비나 방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 리안월드의 첫 번째 시공사로 들어왔던 영주건설이 진행한 토목 및 건축 공사 당시에는 배수(또는 하수) 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건물 내부에서 사용 후 하수도를 통해 배출되어야 할 배수로가 전혀 연결돼 있지 않았고, 공사를 넘겨받은 동호건설 측에서 배수로 공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60도씨 내외의 온천수를 끌어올려 내부 욕조에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도 재공사가 진행됐다. 건물 내부의 전열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배전반 역시 작은 주택 수준으로 설치돼 있어, 건물마다 온천단지에 맞게 수정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쉽게 말하면 이전 시공사에서 진행됐던 공사는 다시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기존에 불완전했던 것을 보완해 건축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초기 시공사에 의해 잘 못 건축된 곳을 현재 시공사가 수정하는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이창환 기자]
앞서 초기 시공사에 의해 잘 못 건축된 곳을 현재 시공사가 수정하는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이창환 기자]
리안월드. [이창환 기자]
리안월드 공사현장. [이창환 기자]

공사비 부족은 사실, 공사 중단된 것은 아냐

앞서 지난 보도에서 밝힌 바대로 수분양자들은 더케이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각각 대출받아 320억 원을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세 번째 시공사가 들어오기까지 공사는 수차례 중단되기도 했지만, 추가 자금 마련으로 완공으로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320억 원 전액이 공사비 대금으로 지급되지 못했다. 앞서 시행사 리안월드가 이전의 시공사에 지급하지 못했던 공사 대금 등을 포함해 부채 탕감에 절반이나 들어갔다. 현재 시공사가 공사자금으로 쓸 수 있는 비용 역시 절반 수준에 머물며 공사는 다시 한 번 난관에 봉착했다. 그런 와중에 수분양자들은 “대출 이자를 갚으라”는 은행의 재촉을 받았다. 

은행은 최종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갈등을 피하고 싶던 일부 수분양자들은 여유자금으로 이를 막았다. 다만 200명이 넘는 대다수 수분양자들은 실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불량자’ 통보를 받았다. 카드도 사용할 수 없고, 다른 금융활동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대주 금융기관인 더케이저축은행을 찾아 항의했다. 이들은 “시행사와 시공사로 대출 이자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수분양자들에게만 책임을 덮어 씌웠다”라며 테헤란로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다만 더케이저축은행 측은 이와 관련 “지난 6월 중 연체 이자를 납부했어도 만기 연장이 가능했다”라면서 “만기(올 3월) 3개월 경과 시 신용관리대상자로 등록돼 금융거래 제약 발생 가능성도 안내했으나 의사가 없어 연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를 포함한 연대보증인 전원을 대상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해 진행 중이라는 입장. 더불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시공사에 대해 공사대금채권 추가 가압류 등 필요한 법적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분양자 사이의 갈등, 봉합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동호건설 임원 B씨는 취재진에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준공대책위에 따르면 공사비 문제 등으로 처음처럼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은 더디지만 어떻게든 준공 절차 마무리를 끌어내기 위해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 왜 동호건설은 부족한 공사자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시공사도 온천단지 발전 등의 가능성을 두고 300억 원 내외의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라면서 “이전 두 번의 시공사들과 달리 공사비가 없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이어나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리안월드 시행사는 수분양자들에게 “만나서 의견 나누면서 고민하고 협의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지난 6월 기반 시설 개별 개발행위 승인을 얻어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더불어 “오해 해소를 위해서라도 협의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라면서도 “기반시설 완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시공사와 협의해 세대별 준공에 맞게 완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 해소가 리안월드의 준공을 앞당기고 세계 최고 수질의 온천단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온천단지 탄생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공사 준공을 둘러싼 수분양자 간의 갈등 해소가 우선 문제 해결의 초점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인근 주민은 “공사만 마무리 되면 세계최고라는 온천이 가진 이점이 훨씬 큰데 저렇게 다투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귀띔했다. 

리안월드 온천단지. [이창환 기자]
리안월드 온천단지.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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