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상하는 野 비대위론, 총선 견인할 마무리 투수는 누구?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잇단 악재를 수습하기 위해 등판한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조기 강판했다. 앞서 혁신위는 계파 간 갈등의 심화로 인해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가 불거진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혁신위의 승부수는 좀처럼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울러 활동이 지속될수록 쌓이는 혁신위의 실언은 스스로의 혁신 동력을 앗아갔다. 결국 주자 만루에서 강판된 혁신위로 인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상황. 이에 세간의 시선은 이 대표를 대신해 총선을 견인할 마무리 투수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투 볼? 혁신안 난맥상 
지난 6월 20일 출범한 혁신위의 일성은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이날 혁신위는 출범의 이유이기도 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진상조사를 예고하며 당의 도덕성을 다시 세울 것을 밝혔다. 

이에 혁신위가 제안한 1호 혁신안도 불체포특권 포기다. 최근 민주당은 '정치 탄압'에 저항한다는 명분으로 자당 의원과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진 바 있다.  그 결과는 '방탄 정당'의 오명이었다. 따라서 혁신위는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역과 체포동의안 가결의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답변은 미지근했다. 당 지도부의 최초 입장은 방탄 국회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것과 함께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민주당의 묵묵부답이 이어지자 혁신위는 "당이 망한다"는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혁신위의 첫 제안 이후 25일이 뒤인 지난 7월 18일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전제에는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결국 정치 탄압의 명분이 발동할 여지를 남긴 혁신안이라는 비판을 남긴 바 있다. 

아울러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예고한 2호 혁신안은 '꼼수 탈당' 방지책이다. 2호 혁신안은 거액의 코인 거래 논란을 빚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과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탈당을 통해 당의 조사와 징계 절차를 무력화시킨 사례의 방지를 위해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혁신위의 2호 혁신안은 구체적인 추진에 이르지 못한 채 선언에 그쳤다. 또 혁신위가 같은 기간 김홍걸 민주당 의원의 복당에 침묵하며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어서 혁신위의 마지막 활동으로 기록된 3호 혁신안은 수용 가능성 여부를 떠나 당내 계파 갈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혁신위는 활동 기간 내내 친명계(친이재명계) 조직이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과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학력 저하' 발언을 꺼냈다가 뭇매를 맞았으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전 대표가)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해 설훈 민주당 의원이 발끈하기도 했다.

아울러 혁신위가 제안한 '체포동의안 기명표결' 역시 이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 요청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 색출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렇다 보니 혁신위가 대의원제 폐지 및 공천룰 변경의 운을 띄우자 권리당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비명계(비이재명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혁신위는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난 10일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한다. 

이날 혁신위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이어서 혁신위는 당 조직 혁신안으로 '대의원 당원 직선제'를 제안했다. 현행대로 지역위원장이 대의원을 뽑는 방식을 벗어나 당원들이 직접 뽑자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위는 당초 3선 이상 현역 의원에게 패널티를 주난 방안을 제안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불출마 권고' 수준으로 대체됐다. 이날 혁신위는 '2024년 공천규칙 혁신안'을 발표해 ▲국회의원 '공직 윤리' 항목 신설 ▲공직 윤리 부적격자 공천 배제 ▲현행 총선 경선 시 ‘페널티’를 부가 받는 상대평가 하위 20% 국회의원 비율을 30%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날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은 대의원제의 실질적 무력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혁신안의 수용 여부를 두고 다시금 계파 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차후 의원총회와 8월 말 개최되는 워크숍을 통해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래경-김은경 연타석 삼진, 李 대표 리더십 문제로 직결?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출범 52일 만에 조기 종료한 혁신위는 혁신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당 안팎으로 이어진 잇단 설화로 더 큰 조명을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명(餘命·남은 수명) 비례 투표’ 발언은 민주당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들을 재소환하며 당 차원의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해당 발언이 여론의 큰 지탄을 받고 급기야 대한노인회가 공식적으로 노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직접 지난 3일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은 이 대표 측에도 사과를 요구했으며, 이 대표는 휴가 복귀 후 유감을 표했다. 

이에 민주당이 선택한 두 명의 혁신위원장이 연이어 설화를 빚은 상황을 두고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도 다시금 부각되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이 최초로 선임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취임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이 이사장이 과거 자신의 SNS에 '천안함 자폭설'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현충일을 앞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위기 속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수립하지 않고 혁신위를 가동해 이 대표의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최근 혁신위가 잇단 설화로 물의를 빚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금 가시화되자, 이 대표 이후 민주당의 모습을 그려보려는 시도가 확산되는 중이다. 

시작은 여권 성향의 장성철 정치평론가가 띄운 이 대표 '10월 사퇴설'에서 출발한다. 장 평론가는 지난 7월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40여명의 의원이 이 대표의 10월 사퇴 후 전당대회를 열어 정통성 있는 후보를 다시 꾸린다는 의견에 뜻을 모았다며 후임 당대표로 K 의원을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 K 의원으로 지목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3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아는 바는 없다. 사법리스크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에 또 현안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아마 당 지도부에서 충분하게 거기에 대응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10월 전당대회라는 가정은 전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지난 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그냥 상상의 나래 아니냐"며 "그냥 호사가들의 그냥 갑론을박 중에 술자리 안주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 만약 한 3, 4개월 후에 이 대표가 비대위 체제로 가겠다고 하면 그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지도력이 상실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10월 사퇴설, 12월 비대위설, 이런 걸 당내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검찰이나 정권의 총체적 또는 총력적인 어떤 공세에 대해 당이 일치 단합해서 대응하고 또 민생 현안에 대해서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비대위설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시스]

김 의원의 당대표 추대설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이 대표의 8월 위기설 속에서 민주당의 총선을 견인할 마무리 투수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는 중이다. 다만 거론되는 후보군에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난해 비대위원장직을 역임하며 안정적인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우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비대위 역할에 전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 대표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단골손님이다. 전 총리들이 자주 언급되는 까닭은 안정성이란 장점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험지인 영남에서 지역주의 타파 외길 인생을 걸어 온 만큼 외연 확장의 강점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이렇다 보니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김 전 총리의 귀환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여권에서도 김 전 총리와 이 전 총리가 일선에 복귀할 경우 국민의힘도 위험하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 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대위가 구성이 되고 만약에 김 전 총리 같은 분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여야 간의 치열한 대결 국면은 많이 완화될 것"이라며 "(진보 진영에도) 국민의 신망을 받는 훌륭한 분들이 여럿 계신다. 왜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이 대표밖에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중도지향적인 이 전 총리나 김 전 총리 같은 분들이 비대위원장 맡아서 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부산도 상당히 위험하다"며 "우리 당은 지금 확장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전국선거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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